대한간호협회, 19일 규탄집회
“거부했다 의사가 나가라면 나가야”
“근무 시간 8시간 내내 불법 진료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대리처방 때문에 의료시스템에 항상 의사 ID로 로그인이 돼있어, 제 ID는 진작 잊어버렸어요. 거부했다가 의사가 ‘나가라’하면 바로 그만둬야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박모(30)씨가 19일 본지에 털어놓은 얘기다.
간호법 제정안(간호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간호업계가 불법진료 거부 등 준법투쟁을 선언했지만, 박 씨처럼 정작 간호사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간호사 입장에선 의사에 고용돼 근무하는 상황인만큼, 현장에서 진료 지시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씨는 “특히 의사와 밀접한 관계로 일하는 중·소형 병원 간호사들의 경우엔 대리처방이나 기록 수준을 넘어 대리수술까지도 빈번하게 행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강남구 한 병원의 진료과 소속 간호사 A(30)씨 역시 “전공의 파업 당시엔 병원장이 지원해 오프(휴가)를 썼지만, 이번 간호사 준법투쟁 땐 전체 공지 없이, 서로 눈치 보기에 바쁜 상황”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간호협회는 그간 의사 지시로 간호사들이 해왔던 불법 진료를 거부하고, 임상병리사 등 다른 보건직역에 대한 지시도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간협이 제시한 불법 진료 목록에는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초음파·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봉합, 수술 수가 입력 등이 포함됐다. 간협은 지난 18일 회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도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 업무지시에 대해 강력히 거부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간호협회는 1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도 ‘간호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간호협회는 간호사를 비롯한 간호대학 교수와 학생 등 1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간호협회 측에서도 간호사 준법투쟁 참여를 이끌기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백찬기 간호협회 홍보국장은 “간호사들이 준법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오늘(19일) 집회에도 연차를 내기보다는 기존에도 오프였던 간호사들이 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에 간호협회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간호사를 비롯한 환자나 보호자가 신고할 수 있는 불법진료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향후 간호사들의 준법투쟁 규모가 커질 가능성에 더해, 아직 남아있는 ‘의료법 개정안’ 불씨로 ‘의료공백’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간호법과 함께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중범죄 의사면허취소법)은 ‘모든 법령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의사면호 취소 사유로 넓혔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당초 17일로 예고했던 총파업은 국회 재의결까지 유보했지만 의료법 개정안 재개정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단체다.
실제로 본지가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도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여전했다. 19일 찾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환자 용모(31)씨는 “한번 병원에 오면 마음 먹고 와야 하는데 (간호사 불법진료가 본격화되면) 아무래도 병원에 사람이 몰리고 대기시간이 걸어질까 걱정”이라며 “간호사가 채혈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고 했다.
박혜원 기자·박지영 수습기자
k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