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여야…尹 vs 文 전면전으로 확산

尹, 전 정부 겨냥 “무너진 시스템” 언급에

文 ‘발끈’…“대화는 정치인의 의무” 역공

새정부 출범 1년…與는 尹곁에, 野는 文곁에 ‘극단의 정치’ [이런정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은 여야 행보는 그동안의 ‘극단의 정치’를 드러내듯 ‘현역 대통령과 대 전임 대통령’ 구도로 확연히 갈렸다.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을 진행하고, 야당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평산마을로 향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남을 갖는 등 ‘따로 행보’를 이어가면서다.

대결 정치를 종식하고 대화와 협치에 나서라고 주문하는 여론은 확산되지만 정치권 속내는 미묘하다. 현재의 극단적 구도, ‘네 탓 정치’가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기존 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각 당 셈법에 따라 당분간 이 같은 형국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로 취임 1년째를 맞은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여야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하는 동시에 전임 정권을 깎아내렸고, 민주당은 “1년 내내 전임 정부 탓과 야당 탓만 했다”면서 비판을 돌려세웠다.

이 같은 여야 정쟁은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사이의 ‘전면전’으로도 표출됐다. 10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과 기념 오찬을 진행했고,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1년 째 야당 대표와 한 차례도 만남을 갖지 않은 윤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전한 것이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향해 연일 대화 정치를 복원하라고 공세를 하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도 목소리를 보태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새정부 출범 1년…與는 尹곁에, 野는 文곁에 ‘극단의 정치’ [이런정치]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최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문을 연 평산책방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와 책방에서 봉사를 마친 뒤 사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문 전 대통령과 지도부의 비공개 회동에 참석했던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취재진에게 문 전 대통령 발언을 전하면서 “대화는 정치인에게 일종의 의무와도 같다,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통령 재임 당시 야당과 여러 채널로 대화하고 야당 대표와 만남을 진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신 말씀”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여당 지도부와는 7차례 공식 회동을 가졌다. 최근에는 박광온 원내대표 선출된 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통해 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을 제안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먼저 만나는 것이 순리”라는 취지로 이를 거절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을 선호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부를 ‘갈라치기’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도 흘러나왔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 담화 성격으로 내놓은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전임 정부와 야당을 향해 ‘작심발언’한 것을 두고서 문 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정면 대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9일 윤 대통령은 “건물과 제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며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사기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거야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다.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 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전·현직 대통령 간 전면전으로까지 번진 여야 극단 구도는 좀처럼 완충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본지에 “취임 1년을 분기점으로 대통령에게 ‘야당과 대화하라’는 공세를 이어왔지만 더는 효과적이지 않다”면서 “내년 총선까지도 대통령과 야당이 만나지 않는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