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 법정대리권 인정받아 소송 진행
상대측이 맞소송 제기 시, 법정대리권 그대로 인정
법원에 별도로 허가 구할 필요 없어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성년후견인이 법정대리권을 인정받아 소송을 진행하던 중 맞소송(반소)이 제기될 경우 별도의 법원 허가없이도 소송행위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성년후견은 장애나 질병, 노령에 따른 정신적 제약을 받는 사람을 위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신상 등 보호를 지원하는 제도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가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B병원이 A씨에게 낸 병실퇴거 청구 소송 재심청구를 기각한다고 21일 밝혔다.
A씨의 배우자 C씨는 B병원에서 2015년 두 차례 척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2차 수술 후 기도에 삽입된 기관지 튜브를 빼자 기도폐쇄로 호흡하지 못했고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 C씨는 치료를 중단할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치료 후에는 식물인간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받았다. 이에 A씨는 의료상 과실을 주장하며 병원 측에 손해배상을 냈다.
1심 소송 중에 A씨를 성년후견인으로 하는 C씨의 성년후견이 개시됐다. 다만 소송과 변호사 선임은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법정대리권의 범위가 제한됐다. 이후 성년후견인이 된 A씨는 법원에 소송절차 중단을 신청했고, 법원으로부터 소송과 변호사 선임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이어진 1심에서 법원은 A씨 부부와 자녀에게 총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병원과 A씨 측이 항소했고, A씨는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로 소송과 변호사 선임에 대해 법원에 허가를 받았다. 병원은 A씨 측을 상대로 병실퇴거를 청구하는 맞소송(반소)를 냈다. 항소심은 병원이 A씨 측에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위자료를 대폭 줄였다. 더불어 병원 요구대로 병실 퇴거를 명령했고, A씨 측이 2015년 11월~2021년 8월까지 미납 진료비를 갚으라고도 했다. 불복한 양측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당초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심리 없이 상고 기각)했지만 양측은 재심을 청구했다. A씨 측은 병원 측이 낸 병실퇴거 소송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소송과 변호사 선임에 대해 허가를 받아야했으나 허가없이 진행해 재판부가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가정법원이 성년후견을 개시하면서 성년후견인의 소송행위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정한 경우, 성년후견인이 본소 제기에 대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았다면 소송 중 반소에 대한 응소와 반소 부분의 판결에 대한 상소 제기에 대해 따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법원이 본소 제기에 대해 허가를 하였다면, 당해 본소 계속 중 제기된 반소에 대한 응소, 반소 청구에 대한 판결에 대한 상소에 대하여도 특별수권 없이 소송행위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가정법원으로부터 소송행위 허가를 받아 2,3심까지 권한을 인정받은 상태에서, 민법이 규정한 소 취하·화해 등 특별수권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반소에서도 소송행위 허가를 인정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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