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 탭댄스 콩쿠르

학생부 주현준, 일반 박창훈 대상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010년생, 열세 살 소년에게서 ‘고수의 아우라’가 풍겼다. “‘탭 제왕’의 면모을 보여주겠다”며 던진 도전장. 총 14명의 참가자 중 유일하게 ‘무반주 탭댄스’를 들고 나왔다. 단 하나의 탭소리도 놓치지 않고 바닥과 호흡하는 발구름에 객석에선 감탄이 쏟아진다. 프로 탭댄서를 뛰어넘는 월등한 실력의 소년 태퍼는 주현준. 2021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무대를 날아오르던 탄광촌 소년 ‘빌리’였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서울 탭댄스 콩쿠르가 지난 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정환 탭댄스 협회장(타임탭댄스 컴퍼니 대표)은 “탭댄스 콩쿠르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아우르는 한국 유일의 경연대회”라며 “이 경연은 프로로 가는 관문이자, 기존 프로들의 리프해시의 장”이라고 말했다.

콩쿠르는 학생부(7명)와 일반부(7명)로 나눠 열렸다. 5년째 이어온 ‘탭댄스 페스티벌’의 마지막 일정으로 열린 콩쿠르는 전국에 숨은 루키들을 발굴하기 위해 기획됐다. 김길태 탭댄스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새로운 세대의 탭댄서를 찾아 육성하기 위해 탭댄스 콩쿠를 시작하게 됐다”며 “프로이지만, 이름을 알리지 못한 댄서들을 발굴해 탭댄스의 역사를 이어가고 새 시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2021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역할을 맡아 관객과 만난 주현준이 제2회 서울 탭댄스 콩쿠르에서 학생 부문 대상을 받았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2021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역할을 맡아 관객과 만난 주현준이 제2회 서울 탭댄스 콩쿠르에서 학생 부문 대상을 받았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빌리 3인방’의 재기발랄한 학생부 콩쿠르

콩쿠르는 재기발랄했다. 학생부 참가자들은 전원 아마추어이지만, 참가자들의 면면이 화려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을 맡은 주현준을 비롯해 친구 마이클 역을 맡은 강현중(14), 나다움(12)이 출격했다. 세 사람은 스승이자 콩쿠르의 심사위원이기도 한 ‘빌리 엘리어트’ 안무가 이정권(JK패밀리 대표)에겐 비밀에 붙이고 참가 지원서를 냈다.

학생부 참가자들은 심지어 국적도 초월했다. 최초의 외국인 참가자가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케일럽(13)이다. 모국에서부터 6년간 탭댄스를 배운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8개월째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현재, 영화 ‘스윙키즈’ 안무가인 이연호 코리아탭댄스오케스트라 단장에게 배우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 3인방의 무대는 볼거리가 많았다. 지난해 “얼굴은 못생겼지만 발은 잘 생겼다”며 출사표를 던진 강현중은 “이번엔 발도 얼굴도 잘 생겨져 돌아왔다”는 말로 콩쿠르의 포문을 열었다. “탭댄스계의 아이돌”을 자처한 나다움은 재지한 사운드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겨운 탭을 선보였다.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무대 매너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두 사람은 각각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받아갔다. 에이미 와인 하우스의 음악에 현란한 발놀림을 실은 임민서(16), 정장 차림으로 정교한 탭을 선보인 안정우(11), H.O.T의 ‘캔디’를 탭댄스로 선보인 임하진(11) 참가자의 무대도 신선한 재미를 줬다.

학생부 대상을 받은 주현준의 무대는 단연 인상적이었다. 무반주로 선보인 고난도 춤이 오랜 내공을 보여줬다. 주현준이 탭댄스를 시작한 것은 ‘빌리 엘리어트’(2021~2022) 공연을 위한 오디션에 지원하면서다. 공연 개막 전 1년 8개월 간의 ‘빌리 스쿨’을 통해 탭댄스를 배운 것이 ‘탭의 세계’에 접어든 계기였다. 주현준은 “탭댄스의 매력에 빠져 ‘빌리 엘리어트’ 이후에도 계속 탭댄스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다 올초 폐막한 ‘마틸다’에 출연하며 잠시 탭을 멈췄지만, 두 달간 준비해 선보인 무대로 1등 자리에 오르게 됐다.

무반주 탭댄스는 음악과 함께 하는 탭보다 더 고난도다. 모든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4년간 연습실에서 하루종일 살아야 겨우 진도를 나갈 수 있는 탭의 특성을 감안하면 주현준 군은 엄청난 실력”이라며 놀라워 했다. 주현준은 “무반주로 내 스타일 하나 하나를 보여주고, 탭소리를 더 정확하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2회 서울 탭댄스 콩쿠르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은 프로 탭댄서 박창훈 [마포문화재단 제공]
제2회 서울 탭댄스 콩쿠르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은 프로 탭댄서 박창훈 [마포문화재단 제공]

‘밤의 여왕’ 아리아 피아노 버전과 탭의 이중주

만 22~31세까지 참가 가능한 일반부는 프로들의 무대였다. 7명의 참가자는 저마다의 개성과 독창적인 안무를 선보이며 탭댄스 신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프로 탭댄서들은 특히 음악 선곡이 인상적이었다. 두 곡 이상을 믹스하는 것은 물론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샘 스미스의 ‘언홀리’와 같은 익숙한 대중음악을 선곡해 보는 재미를 높였다. 양시온(29), 오민수(26)가 각각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가져갔다.

대상은 공연 위주의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프로 태퍼 박창훈(31)에게 돌아갔다. 박창훈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를 피아노 버전으로 연주한 곡에 탭을 실었다. 피아노 건반 소리와 어우러진 탭댄스의 리듬이 절묘한 이중주를 빚어냈다.

박창훈은 30대 초반의 젊은 태퍼이나, 탭댄스 경력은 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탭을 시작했다. 그는 “사실 콩쿠르에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때 클래식을 전공한 그는 이번 콩쿠르를 통해 “밤의 여왕 아리아에 맞춘 탭은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해오던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감히 건드려봤다”며 “오페라 클래식에 맞춘 탭은 첫 도전이라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제2회 서울 탭댄스 콩쿠르 대상을 받은 박창훈, 주현준 [마포문화재단 제공]
제2회 서울 탭댄스 콩쿠르 대상을 받은 박창훈, 주현준 [마포문화재단 제공]

‘중꺾마’의 상징 ‘탭댄스’…연습 자체가 성장의 시간

탭댄스는 방송댄스나 발레, 살사, 힙합 등 여느 춤 장르와 비교해도 설 수 있는 무대가 적다. 업계에 따르면 무용, 음악으로의 각종 국가 지원사업이 많지만, 탭댄스는 분류가 애매해 해당 분야에 지원할 수가 없다. 연극 등을 포괄하는 다원예술로 지원하나, 경쟁자가 많다 보니 당첨 확률이 적다. K팝, 팝핀, 왁킹 등 대중 장르의 춤과 달리 인지도 역시 적어 무대 활성화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진입장벽이 높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프로 탭댄서의 숫자도 2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이연호 심사위원은 “탭은 어떤 장르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춤이다”라며 “요즘처럼 숏폼에 노출된 때에 이렇게 하나의 춤을 꾸준히 해온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에게도 탭댄스를 배우는 날들은 오롯이 ‘성장의 시간’이다.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기에 ‘꺾이지 않는 마음’도 중요하다. 주현준은 “하나의 스텝을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며 “탭댄스를 배우며 조금 더 끈기가 생겼고, 포기하지 않는 노력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를 꿈꾸며 자기만의 길을 걷는 주현준은 당분간은 학업에 전념할 생각이다. 다만, 탭댄스는 놓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중간에 멈추면 기량이 떨어지고 실력이 정체되기 때문”이다.

프로 탭댄서인 박창훈의 고민은 대중에게 더 많은 탭댄스를 알리는 데에 있다. 그는 “탭댄스는 여전히 대중에게 낯선 장르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재즈나 뮤지컬에 한정돼 탭댄스를 알고 있지만, 더 많은 음악에 어우러지고 더 깊은 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르라는 것을 좋은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들려줬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