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전세 사기’ 검거 늘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
전세 보증금 돌려받을 길 없어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소송에 가압류까지…. 경매 비용도 한두 푼 나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깡통 전세라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도 없어 보여요.” 직장인 A(35) 씨는 악성 임대인을 만나 2021년 5월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임대인 B씨를 경찰에 신고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4월 승소했다. A씨가 제공한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부동산이 매우 많으니 돈은 걱정하지 말라”며 지불 각서를 써주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해가 바뀌어도 돈을 주지 않았고 A씨는 경찰에 B씨를 다시 신고했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부천원미경찰서에는 종결된 사건을 포함해 B씨에 대한 고소만 10건 가까이 된다.
‘빌라왕’, ‘빌라신’ 등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하고, 전세금 미반환 소송을 제기해도 악성 임대인에게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깡통 전세라 경매 절차를 밟아도 전세금을 다 돌려 받지 못해 속 타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경매 낙찰 가격 자체가 전세가보다 낮아서다.
악성 임대인 중개사, 건축주, 부동산 회사 등과 함께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A씨의 공인중개사 역시 임대인 B씨의 남편이었다. B씨 남편은 “소유한 부동산 외에 신탁해놓은 부동산이 있다”며 중개사 자격증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B씨는 건물 3채에 빌라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망으로 논란이 된 ‘빌라왕’들도 마찬가지다.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사망한 빌라왕 김모씨에 대해 경찰은 건축주, 분양대행업자 등 5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또한 사망한 김씨는 서울 강서구 등지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240여 채를 소유했다가 지난해 7월 사망한 40대 정모씨와 같은 건물 다른 호수 주택을 다수 소유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자기자본 없이 전세금 차액만 투자하는 무자본 캡투자 방식으로 주택을 매수했다. 정씨가 숨진 이후인 지난해 8월에도 직접 임대보증금 보증보험에 전자 서명한 정황이 있어 배후나 공범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경찰 수사가 이뤄져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경찰 수사 여부에 상관없이 경매나 민사소송을 진행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빌라왕 김씨 사례처럼 임대인이 사망할 경우 경매 절차도 지연된다.
전세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한 경찰 관계자는 “강도의 경우 범죄 피해 재산이 있어 환수한다면 사기는 민사 등을 통해 직접 돈을 받는 구조라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많지 않다”며 “만약 건축주, 부동산 업자들과 함께 공모해 사기를 쳤다면 범죄단체로 인정돼 몰수추징보전 등을 적용할 수 있으나 조직성 등 입증해야 할 부분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전세 사기범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전세사기전담수사팀은 빌라 283채를 무자본 갭투자로 구매한 뒤 임차인의 보증금을 가로챈 ‘화곡동 빌라왕’ 강모 씨를 지난 4일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이른바 ‘깡통전세’ 빌라 400여채를 이용해 300억원이 넘는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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