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이 술을 올리고 있다. [연합]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이 술을 올리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상담 치료 중 그 과정을 쓴 글을 공개해 누리꾼의 공감을 사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이태원 참사 생존자 A 씨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 환자로 분류된 후 치료 과정이 담겨있다. 상담 치료사가 "글로 남겨보라"는 권유를 해 쓴 것이다.

첫 기록에서 A 씨는 주변 도움으로 살 수 있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A 씨는 "압박이 갑자기 심해져 발이 (땅에)안 닿았단 게 있지만, 숨쉬기가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옆 술집 난간에서 끌어주셨고 술집에서 문을 열어줘 대피해 잘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어 "10시40분부터는 '아 살았다. 이제 그럼 술 먹고 놀 수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던지라 참사 생존자로 분류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자책했다.

그는 상담사에게 "아무래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상담사는 그러자 "아니다. 가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어디를 가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지켜주는 게 맞다. 놀다가 참사를 당한 게 아니라 살다가 참사를 당했다"는 말을 들은 일도 기록했다.

두번째 기록에서 A 씨는 "사고 현장 인근의 술집과 식당 직원 모두가 구조를 도왔다"며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 상인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욕하는 것을 보고 무력감을 느꼈다. 원망스러운 감정이 올라왔다"고 했다.

세번째 기록에선 "죄책감이라기보다 저 자신이 좀 징그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고 당일 오후 10시40분께 주변 도움으로 구출됐다. 사고가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지 친구들이 준 술을 마시고 신나게 춤을 췄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는 몰랐다. 신나게 놀던 우리 뒤로 구급요원들이 들것으로 사람을 실어나르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지. 죄책감이 아니라 저 자신이 징그러운 인간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들것에 실려가는 사람들을 보고도 술 많이 먹고 싸움이 났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바닥에 누워있는 여자분이 생각난다. 그분의 친구분이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술 먹고 쓰러진 사람인가보다 하고 그냥 왔다"며 "CPR 도와달라는 요청에도 너무 무서워 집으로 도망치는 게 우선이었던 것 같다"고 후회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핼러윈데이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국화꽃 등이 놓여 있다. [연합]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핼러윈데이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국화꽃 등이 놓여 있다. [연합]

네번째와 다섯번째 기록에서 상담사는 "원래 술 먹고 노는 곳인데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상담사는 그가 담당하고 있는 다른 환자는 한 시간 넘게 CPR을 돕다가 결국 집으로 갔는데, 이 일을 아직도 괴로워한다고 설명했다.

여섯번째 기록에서 A 씨는 같이 살아나온 친구가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이태원에 안 간 척 혼자 방에서 울고 있다고 했다. 친구가 전화상담이라도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곱번째 기록에선 "사과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태원역 추모 현장을 찾은 이야기를 했다. A 씨는 편지를 쓰고 붙인 뒤 헌화하고 두 번 절을 했다고 했다. 마음이 많이 풀렸다고 했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은 "마음 아프지만 꼭 필요한 고마운 글", "모두가 잘 회복됐으면. 죄책감은 가지지 말았으면"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태원 참사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은 24시간 운영되는 정신건강 위기 상담 전화 1577-0199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