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8일(현지시간) 서거하면서 그와 한국과의 인연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999년 4월 한국을 찾아 안동 하회마을에서 73세 생일을 맞이했다. 한국과 영국의 국제 관계사에서 중요한 '이벤트'가 된 일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남편 필립공과 함께 1999년 4월19~22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 내외의 초대로 3박4일간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1992년 찰스 왕세자 부부가 한국을 찾은 뒤 7년만에 군주가 방한한 격이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73세 생일인 4월21일에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담연재에서는 안동소주 명인인 조옥화 여사가 차린 생일상이 올라왔다. 과일 국수, 편육, 찜, 탕 등 47가지의 전통 궁중음식이 차려졌다. 나뭇가지에 각종 꽃과 열매를 단 높이 60cm의 떡꽃 화분도 주목됐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건 엘리자베스 여왕이 풍산 류씨 문중의 고택 충효당을 찾았을 때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여왕의 일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의 예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안동에서 봉정사도 찾고, 하회별신굿탈놀이도 관람했다. 국보 극락전을 둘러본 뒤 "조용한 산사 봉정사에서 한국의 봄을 맞다" 글귀가 쓰인 방명록에 방병을 하고 청기와에 서명도 했다. 고추장과 김치를 담그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 한국 문화도 체험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하회마을 뿐 아니라 서울 인사동 거리를 찾고 이화여대를 방문하는 등 한국 국민을 직접 만나는 일정도 가졌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96세 나이로 서거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왕위 계승권자인 여왕의 큰 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각 국왕 자리를 물려받았다. 영국 최장수 군주면서 세계 역사상 두번째로 오랜 기간 재위하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70년만에 임무를 내려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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