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과천 소재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수십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통상적으로 인재개발원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미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들이라는 것이었다. 이 중 대다수는 같은 장소에서 공무원을 시작해 오랜 기간 복무한 뒤 명예롭게 은퇴한 공무원들이었고, 이날은 이들이 참여하는 규제혁신추진단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워크숍 날이었다.
‘규제’란 도입 당시에는 그 필요가 인정돼 시행되지만 경제·사회환경의 변화에 맞게 다듬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가 되기도 한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상황에서 전세계가 치열한 생존전쟁을 하고 있는 바,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는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혁신은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를 반전시킬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다수 부처 법령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이른바 ‘덩어리 규제’를 척결하기 위해 규제혁신추진단이라는 조직으로 규제 개선의 영역에서 지도에 없는 새 여정의 첫발을 떼려 하고 있다.
월 200만원의, 속칭 ‘애국페이’ 논란에도 150여 명의 전직 공무원이 여기에 참여하고자 손을 들었고, 그중 우리 86명이 그 시작을 함께하게 됐다. 우리는 보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현장 공무원이 아니었다면 가질 수 없었을 전문성과 경험을 다시 한 번 나라에 바치겠다는 자부심으로 이 업무에 뛰어들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감사의 부담 등 현실의 벽에 막혀 옳다고 믿으면서도 과감히 추진할 수 없었던, 남아 있는 미련과 후회를 지워버릴 기회를 얻은 기분이기도 하다. 추진단에는 우리 외에도 연구기관, 경제 협·단체 등 다수의 민간 경제전문가들이 함께한다. 과거 업무 과정에서 종종 대립각을 세웠던 분들과 이제는 규제 혁신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힘을 합치게 돼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벌써 기대가 된다.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아는 ‘백인천’이라는 야구인이 있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그는 일본에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 선수였음에도 고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단숨에 돌아와 감독 겸 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최고의 선수이자 리더였으며, 후배들에게 프로패셔널 야구란 무엇인지를 전수해 우리 프로야구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과거 규제의 현실과 허점을 실제로 목격했던 우리도 규제 혁신에 우리의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후배들에게도 이를 전수한 후 다시 한 번 명예롭게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워크숍 날 우리가 입은 하얀 티셔츠에는 왼쪽 가슴의 ‘규제 혁신’ 글자 외에 아무런 추가적 디자인도 적용되지 않았다. 마치 다시 공직생활을 시작해 원점에서 묵직한 덩어리 규제를 혁신하고자 하는 우리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부여된 국가와 공익에 헌신할 소중한 기회를 반드시 살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까마득한 후배들 앞에서 체면도 잊은 채 우리는 단상에서 크게 구호를 외쳤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규제를 혁신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혁자생존(革者生存)의 시대다!”
이명규 규제혁신추진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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