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그래서였나?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취임 이후 일곱번째로 대국민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지율 하락 국면 속에 회견의 슬로건은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 였다.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에 대해 미흡하다는 것이 더 많고 지지율 반등도 미미했다. 향후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는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 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금 정부의 경제정책이 놓치고 있는 세 가지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1.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는 무모함
세금은 문명의 대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 대가가 물가상승률조차 반영하지 않는 숫자에 박제되어 있다면, 그것은 문명의 대가가 아니라 방치의 대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러 세제 공약을 내걸었지만 집권 후 상당수를 사실상 방치했다. 상속세 일괄공제는 5억 원, 배우자 공제 최저한도도 5억 원으로 1997년 개정 이후 28년째 그대로다. 당시 5억 원과 지금의 5억 원은 전혀 다른 돈인데도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 일괄공제를 8억 원으로, 배우자 공제를 10억 원으로 올리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공약을 담은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고, 시행 시점은 요원하다.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근로소득자의 각종 공제 항목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민·중산층의 세제는 방치하면서, 부동산 세제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힘든 징벌적 설계를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세제개편안을 보면,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보유기간 공제를 폐지하고 거주기간 공제로 전환하면서 공제 한도를 2028년 20억 원, 2029년 이후 10억 원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15년을 보유하고 10년을 거주해도 공제 혜택이 물가상승분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액수로 묶이는 셈이다.
독일은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차익 전체가 비과세다. 프랑스는 22년을 보유하면 소득세가, 30년을 보유하면 사회보장기여금까지 완전 면제된다. 실거주 주택은 보유 기간과 무관하게 처음부터 비과세다. 미국은 1가구 기준 최대 50만 달러(부부 합산)의 양도차익을 비과세하고, 그 이상도 신규 주택 매입 시 과세를 이연하는 제도가 폭넓게 활용된다. 보유세도 마찬가지다. 흔히 한국의 보유세가 낮다고 하지만, 미국 주(州)들은 재산세 공제 항목이 많고, 캘리포니아·플로리다 등 일부 주는 공시가격 상승률을 연 2~3% 이내로 법으로 제한한다. 세율 숫자만 비교하고 실효 부담을 비교하지 않는 것은 정직한 논의가 아니다.
물가지수 왜곡도 짚어야 한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자가주거비를 반영하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이를 반영해 주거비 비중이 전체 지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한국은 이 항목이 빠져 있어 물가상승률이 구조적으로 20~30% 낮게 산정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전세가격 변동은 명목상 반영되지만, 금리 변화를 고려한 실질 주거비용으로 환산하지 않고 명목가격 변동만 그대로 넣다 보니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다주택자를 옥죄는 정책이 전월세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는데, 그 상승분이 공식 물가지수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강남을 직접 찾아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민주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며, 세금을 제재 수단으로 삼지 않고 공급 확대와 주식시장 활성화로 부동산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집권 1년 만에 이 약속은 정반대로 뒤집혔다. 대통령이 직접 SNS를 통해 “망국적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 같은 표현을 쏟아내며 세금을 가장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세제 개편 내용이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고 전문가들도 거주 비거주로 나누고 있는 정책에서 세금이 얼마인지를 알기 어렵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세제 개편은 요원한 것인가?
2. 생산적 자본의 인위적 배분이 갖는 치명성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는 한국 부동산이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 비유는 정교하지 않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4만 달러에 육박하는 반면, 일본은 10여 년째 3만 달러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2023년 한국의 1인당 GDP(3만5563달러)가 44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고, 2024년에도 한국(3만6024달러)이 일본(IMF 추정 3만2859달러)을 다시 앞섰다.
두 나라의 경제 구조 차이는 이 수치보다 더 근본적이다. 일본의 버블 붕괴는 1980년대 후반 자산가격이 실물경제 성장을 압도적으로 앞지른 상태에서 터졌고, 이후 30년 넘게 이어진 저성장·저금리·인구 고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조선·방산 등 여전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수출 산업을 보유하고 있고, 명목 성장률과 잠재성장률 자체가 일본보다 높은 국면에 있다. 애초에 두 나라가 서 있는 성장 단계와 산업 경쟁력의 결이 다르다. 서로 다른 경제에 같은 처방을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남용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Income)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Loan to Value)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준까지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집값 구간별로 대출을 촘촘히 틀어막다 보니, 국회에 제출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최근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강북·금천·도봉 등 몇몇 자치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이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사실상 ‘서울시민세’가 되어버린 세금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종부세는 폐지하고 재산세로 일원화하는 것이 세제의 단순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이주비 대출을 옥죄면서 사업 진행이 사실상 멈춰선 단지들이 늘고 있다는 비판이 현장에서 나온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 절반 이상이 다주택자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이주비를 받지 못하면 사업 자체가 좌초된다. 이는 단순한 공급 정체를 넘어 거주이전의 자유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프랑스처럼 장기 보유를 우대하는 세제조차, 지나치게 오래 묶어두면 이사를 주저하게 만들어 노동시장의 지역 간 이동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물며 공제 자체가 뒤로 후퇴하는 한국의 설계는 국민을 지금 살고 있는 집에 그대로 붙박이로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주택 공급은 공공주택을 늘리는 방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누구나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으려면, 민간이 다양한 형태의 집을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수요 억제로 인한 30대 실수요자의 좌절은 또 다른 뇌관이다.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걷어차 놓고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접근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설계다. 거주 목적과 비거주 목적을 뭉뚱그려 다주택자를 죄악시하고, 세제만으로 시장 가격을 통제하려는 정책은 지금까지 어느 정권에서도 성공한 전례가 없다.
상속세 이야기도 짚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명목상 50%로 OECD 2위이지만, 최대주주 할증평가(20%)를 더하면 60%로 사실상 OECD·세계 1위다. OECD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상속·증여세 세수 비중이 전체 세수의 2.4%로 회원국 평균(0.4%)의 여섯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소득 상위 구간의 높은 소득세율까지 감안하면, 평생 소득세를 내며 쌓은 자산에 다시 세계 최고 수준의 세율을 물리는 셈이다.
“부자니까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명제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미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축에 속하는 부담을 지고 있는 계층에게, 그 논리만으로 추가 부담을 계속 정당화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자금의 물꼬를 부동산에서 증시로 인위적으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우려스럽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대를 넘어섰고, 두 회사의 기업 이익 비중도 코스피 전체의 60%를 웃돈다. 최근 수출 증가분의 약 80%가 반도체에서 나왔다는 통계까지 감안하면, 한국 증시와 수출은 사실상 두 회사의 실적에 종속된 구조다. 이런 쏠림 속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리며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
부동산에서 자금이 묶이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자금의 물꼬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동산에서 증시로 돌리려는 시도는, 국민의 자산을 더 위험한 곳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3. 방향은 요란하나 속은 비어 있는 경제정책
정부가 내세우는 성장 전략의 간판은 인공지능(AI)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총 821조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데, 그중 ‘AI 3대 강국’ 도약을 명분으로 10조1000억 원을 편성했고, 반도체·피지컬 AI·AI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올해보다 약 두 배 늘어난 21조3000억 원을 투입한다.
문제는 이 막대한 예산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국민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GPU 구매 대수나 인재 양성 인원 같은 투입 지표는 화려하지만, 이것이 민간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으로 전환되는 경로, 즉 어떤 기업이 무엇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지에 대한 청사진은 뚜렷하지 않다.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역시 5년에 걸친 조성 계획만 발표됐을 뿐, 실제로 어떤 기업에 어떤 방식으로 투입되어 무슨 성과를 낼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우연한 순풍에 ‘AI 강국’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얹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더 큰 문제는 재정 운용의 방향이다. 같은 예산안에는 24조 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기준중위소득 역대 최대 인상, 아동수당 지급 연령 확대 등 현금성·포퓰리즘 지출이 함께 담겨 있다. 반도체 호황 덕에 세수가 예상보다 늘었다면, 그 여윳돈은 우선 나랏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을 펴며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국가채무는 2030년 17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내년도 국고채 이자 상환에만 35조 원이 들어간다. 이는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미래 성장 동력 예산 총액보다도 13조 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발맞춘 정책조합(policy mix)이라는 설명이 붙지만, 금리를 올리는 통화정책과 사상 최대의 재정지출을 동시에 펴는 것은 애초에 정책조합이라 부르기 어려운 자기모순에 가깝다.
빚으로 쌓아 올린 성장의 청구서는 결국 다음 세대가 받게 된다. 정책의 방향성이 모호하니 실적도 눈에 보이지 않고,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도 크지 않다. 부동산은 세금으로, 증시는 인위적 자금 유도로, 성장은 반도체 착시와 빚으로 버티는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bonsa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