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현대차 시리즈 : 최우람 -작은 방주'전

살아 움직이는 기계생명체, 모순가득 인간사회 은유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작은 방주' 앞에 선 최우람 작가 [사진=MMCA 제공]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작은 방주' 앞에 선 최우람 작가 [사진=MMCA 제공]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인류 최후의 순간. 방주가 한 척 있다. 무엇을 싣고 무엇을 버려야할까. 우리는 고민한다. 눈 앞의 실리와 양보할 수 없는 가치 속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것은 익숙한 영웅서사다. 영화와 소설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과학 기술이 단시간에 전염병의 원인을 밝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중세 흑사병때나 코로나때나 똑같이 인간의 육체는 취약하다. 인류에겐 방주가 필요하다. 누가 나를 좀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것이라는. 구원 서사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다. 누가 탈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순간, 선택과 차별이 일어난다”

기계생명체(아니마머신, Anima-machine)로 익숙한 최우람(52)작가는 자신의 신작 '작은방주'를 놓고 이렇게 설명한다. 집중해야하는 부분은 선택과 차별이 일어나는 순간, 해결과정과 그 결과다. 그러나 전시를 보고나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근원적 물음이 꼬리를 잇는다.

머리는 누가 가져갈까. 욕망한다고 노력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욕망할수록 멀어진다. 원탁 밖으로 뛰쳐나와 판을 깨지 않는 이상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나에게 원탁은, 그리고 나의 머리는 무엇일까. 최우람, 〈원탁〉, 2022, 알루미늄, 인조 밀짚, 기계 장치, 동작 인식 카메라, 전자 장치, 110 x 450 x 450 cm. [사진=MMCA 제공]
머리는 누가 가져갈까. 욕망한다고 노력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욕망할수록 멀어진다. 원탁 밖으로 뛰쳐나와 판을 깨지 않는 이상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나에게 원탁은, 그리고 나의 머리는 무엇일까. 최우람, 〈원탁〉, 2022, 알루미늄, 인조 밀짚, 기계 장치, 동작 인식 카메라, 전자 장치, 110 x 450 x 450 cm. [사진=MMCA 제공]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작은방주’를 9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 2013년 서울관 개관 당시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생명체였던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Opertus Lunula Umbra)'를 선보인 이후 약 10년만의 전시다.

최우람 작가는 인공적 기계 매커니즘이 생명체처럼 살아움직이면서 생명체의 의미와 살아있음에 대한 작업을 계속해왔다. 최근엔 실존과 공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한다. “팬데믹 기간을 겪으면서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개인으로 느꼈던 여러 고민을 담고자 했다” 기계 창조주였던 작가는 이제 방향성을 질문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서울관 5전시실과 서울박스, 복도를 활용하는 전시엔 설치 및 조각, 영상, 드로잉을 포함해 총 53점이 나왔다. 특히 5전시실에는 전시제목과 같은 '작은 방주'가 자리잡았다. 총 12미터에 달하는 대형 조각인 방주는 35쌍의 노가 움직이며 출구를 찾아 항해한다. 그러나 배를 책임지는 선장은 둘 이고, 방향을 잡아 주어야 할 등대는 배 위에 올라 방향을 알리기는 커녕 승선한 자들을 감시한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노는 어느 순간 리듬을 잃고 제각각 움직이며 침몰한다. 총 20분에 달하는 퍼포먼스는 출구 없는 문과 낙담한 천사, 무한대로 반복되는 길을 따라가며 인류의 여정에 대해 질문한다. 과연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코로나19 의료진이 입었던 방호복은 생과 사가 교차하던 순간의 기록이자 증거이다. 최우람, 하나, 2020, 금속 재료, 타이벡에 아크릴릭, 모터, 전자 장치 (커스텀 CPU 보드, LED), 250 x 250 x 180 cm. [사진=MMCA 제공]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코로나19 의료진이 입었던 방호복은 생과 사가 교차하던 순간의 기록이자 증거이다. 최우람, 하나, 2020, 금속 재료, 타이벡에 아크릴릭, 모터, 전자 장치 (커스텀 CPU 보드, LED), 250 x 250 x 180 cm. [사진=MMCA 제공]

서울박스에는 검은 '원탁'과 천장에서 날개를 펼친채 회전하는 '검은 새'가 자리잡았다. 원탁을 받치고 있는 머리 없는 지푸라기 인간은 원탁 위 굴러다니는 머리를 갖고자 움직이지만 그 누구도 머리를 얻지 못한다. 머리를 잡으려는 노동은 시지푸스가 받았던 끝없는 형벌과도 같다. 그 위를 유유히 나는 새들은 머리를 노리는 자들로도, 머리를 지키는 자로도 읽힌다.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팬데믹이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된 작업은 '하나'다. 코로나19 의료진들의 방호복 소재로 사용된 타이벡(Tyvek)으로 제작된 꽃은 생과 사가 급박하게 교차하던 현장에 있던 이들과 이를 체험한 동시대인들에게 바치는 헌화이자 애도다.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중진 작가 한 명(팀)을 선발해 지원하는 특별전이다. 이불, 안규철, 김수자, 임흥순, 최정화, 박찬경, 양혜규, 문경원&전준호에 이어 올해는 최우람작가가 선정됐다.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