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48.46%의 지지를 얻어 대한민국 최고 권좌의 주인공이 됐다. 이에 0.73%포인트가 모자라는 47.83%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회 제1당의 수장이 됐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173일 만이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11일 만인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이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불과 몇 개월 전 대권경쟁을 벌였던 두 사람은 각각 행정부의 수장과 170석 거대 야당의 당수로 맞서게 됐다. 여러모로 1987년 대통령직선제 실시 이후 유례가 없던 일이라 할 만하다.
두 사람의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다. 어쩌면 지난 대선보다 대한민국 국민에겐 더 중요한 승부다. 선거에서 두 사람은 당을 움직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윤 대통령은 나라를 움직이고, 이 대표는 의회를 움직인다. 선거에서 두 사람의 말은 ‘주장’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국정의 기조가 되고 정책이 되고 법이 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 9일 행해졌던 대한민국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당심과 민심의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 두 사람이 벌일 향후 몇 년간 경쟁과 승부의 첫 번째 요체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처한 대내외의 엄혹한 경제 상황과 고통을 더해가는 민생을 꺼내지 않아도 두 사람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여일 만에 대선 득표율의 반토막이 된 국정운영 지지율을 안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인사 실패와 각종 논란으로 대통령실은 지지율 하락의 진원지가 됐고, 여당은 과연 대선을 승리한 정당이 맞나 싶게 극심한 혼돈에 빠져 있다. 사실상 지도부가 공백 상태가 되면서 국정운영을 해야 할 당정 중 한 축이 무너졌다.
이 대표는 대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자신이 사실상 사령탑으로 지휘한 지방선거에서도 졌다. 이 대표는 각종 검찰·경찰 수사 대상에 올라 ‘사법리스크’도 안고 있다. 당대표선거에선 77.77%의 역대 최고 득표율로 승리했지만 권리당원 투표율은 37.09%로 저조했다. 특히 민주당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 낮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두 사람은 상황을 ‘역전’시켜야 한다. 하강하는 경기와 민생을 상승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극대화해 국정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내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역대 가장 ‘비호감 대선’이었다는 일각의 ‘잠정적 평가’를 누구 못지 않은 훌륭한 정치인들의 경쟁이었다는 훗날의 ‘역사적 평가’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은 두 사람 모두의 과제다. 두 사람이 벌일 승부의 두 번째 핵심이 바로 ‘뒤집기’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두 사람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두고 대안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선거 과정에서 서로의 ‘과거’를 검증하고 서로에게 ‘반정립’하기 위해 애썼다. 이제는 달라야 한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되 서로에 대한 ‘반(反)이 아닌 합(合)’, 곧 상대를 뛰어넘은 대안으로 서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사이익이 아닌 ’시너지의 정치를 펼 수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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