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시대’ 끝내고 새 이름, 새 공간으로…
거장 안도 다다오 설계…오는 10월 마곡 개관
공사비 2556억, 서남권 최대 규모 ‘랜드마크’
콘서트 전용 홀 수준의 음향 환경 구현
오페라부터 뮤지컬까지 모든 공연 가능
최대 걸림돌은 ‘심리적 거리감’
참신하고 다양한 공연 콘텐츠로 확장
사이먼 래틀ㆍ조성진 개관 무대로 출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2년의 ‘강남 시대’를 마무리한 LG아트센터가 서울 강서구 마곡에서 새 도약을 꿈꾼다. 서남권의 유일무이한 규모와 조형미, 기획력을 갖춘 공연장이라는 자신감은 새 이름에도 실렸다. 기존 브랜드를 계승하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꿈을 담아 ‘LG아트센터 서울’로 지었다.
10월 13일 정식 개관을 앞둔 LG아트센터 서울은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이곳은 기존 한국의 공연장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조형미로 마곡지구에 자리 잡았다.
공연장은 노출 콘크리트를 기반으로 정사각형으로 단정하게 설계, 서울식물원의 자연과 어우러지게 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한 공간은 외관만으로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훔친다.
공사기간만 해도 무려 4년 6개월, 공사비는 2556억원이 투입된 이 공간의 연면적은 4만 1631㎡ (1만 2593평)로 강남 LG아트센터의 2배에 달한다. 내부에선 로비부터 거대한 곡선 벽면을 마주하게 했다. 13도 앞으로 기울어진 경사는 공연장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내며 관객을 초대하는 ‘상징적인 문(Gate)’ 역할을 한다. 안도 다다오는 “‘여기밖에 없는 공연장’을 만들고 싶었다”며 “각각의 공간이 개성을 가지고 상호 교차하면 여러 요소가 충돌하면서 신선한 자극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역삼동 시절과 달라진 것은 공연장이 늘었다는 점이다. “클래식 공연에 최적화된 음향 환경을 갖춘” 대극장인 ‘LG 시그니처 홀’(1335석)은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무대 규모를 자랑한다. 역삼 시절의 2.5배나 커진 오페라 극장 규모의 무대다. 오페라는 물론 뮤지컬 발레 콘서트 등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무대 크기 때문에 못 할 공연은 없다”고 강조했다.
소극장도 생겼다.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가변형 블랙박스 ‘U+ 스테이지’(365석)다. 이현정 센터장은 “역삼 LG아트센터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소극장이 없었던 점”이라며 “대극장 중심이다 보니 다양한 시도나 창작을 할 수 없었는데, 이곳에선 여러 아티스트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극장은 각각 LG전자와 LG유플러스의 네이밍 스폰서를 받고 있다.
공연장 설계와 함께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음향이다. LG시그니처홀엔 잔향 가변 장치(VABS)를 도입해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클래식 공연은 물론 확성이 필요한 뮤지컬, 콘서트 등 장르를 고려해 음향 조건을 맞출 수 있도록 했다. 이 공간의 잔향(소리가 생성된 후 계속되는 소리) 시간은 1.2초~1.85초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서울 예술의전당과 함께 국내 양대 클래식 전문 콘서트홀로 꼽히는 롯데콘서트홀의 경우, 2.4초(흡음장치 설치 기준)~3초(객석 비었을 때 기준) 정도다. 객석이 가득 찼을 때의 잔향 시간은 2.7초다.
또 역삼 시절 국내 최초로 건축구조분리공법을 공연장 전체에 적용했던 것을 마곡에서도 이어왔다. 김포공항 인근, 산업단지 시설, 지하철 이동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센터장은 “하부와 상부에서 전달되는 소음을 막기 위해 큰 박스 안에 작은 박스를 집어넣는 방식인 박스 인 박스 공법을 공연장에 적용해 진동과 소음을 막고 있다”고 말헸다.
‘U+ 스테이지’에선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60대의 스피커에 1850석 규모의 비엔나콘서트홀 등 전 세계 9개 공연장의 ‘공간 잔향 데이터’를 탑재, 이 곳에서 원하는 공연장의 음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LG아트센터 측은 “텔레비전의 콘서트 모드, 일반 모드를 선택하듯이 자동화된 프로그램을 담아 구현하는 것”이라며 “현지 공연장에 갔을 때의 소리를 100% 전달하는 것은 어렵고, 라이브 공연을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공연 정도의 음향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전을 앞둔 LG아트센터 서울은 외관부터 내부 시설까지 ‘가보고 싶은 공연장’을 구현했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강남 한복판에서 서울의 끝자락인 마곡으로 옮겨간 LG아트센터 서울은 기존 관객들에게 심리적 거리감이 상당하다. 기존의 충성 관객이 마곡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이현정 센터장 역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것을 가장 고민하고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연장까지의 거리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객이라면 지하철 접근성이 양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LG아트센터 서울은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 ‘마곡나루’ 역과 연결돼 있다. 지하철 이용 시 여의도역까지 15분, 광화문역까지 33분, 강남역까지 38분이 소요된다. “건물 정문에서 주 공연장인 LG 시그니처 홀 객석까지의 직선거리도 22.5m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센터장은 “객석과 건물 외부가 가장 가까운 공연장 중 하나”라며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오는 동선, 외부에서 공연장 정문을 지나 LG 시그니처 홀까지 오는 동선을 복잡하지 않고 짧게 만든 점도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인 요소”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가용이나 택시로 이동하는 관객에게 마곡 지구는 물리적 거리가 상당하다. 대부분의 평일 저녁 공연 시간이 7시 30분에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퇴근시간과 맞물린 이동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큰 약점이다.
승부수를 띄운 것은 공연 기획과 다양한 프로그램이다. 기존 관객을 불러오면서도 새로운 관객을 개발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과 다양한 공연으로 문화예술시설로의 본질에 충실할 계획이다.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공연장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공연장 투어,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공연 구성은 특히 다채롭다. 관객 확장을 위한 고민이 담겼다. 공식 개관일엔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이 마곡에 울려 퍼진다. 알 디 메올라 재즈 트리오, 박정현, 이날치, 이은결, 이자람, 클라라 주미 강, 선우예권 등이 출연하는 ‘개관 페스티벌’(10월 15일∼12월 18일)도 마련됐다. 12월 20일엔 뮤지컬 ‘영웅’이 기다리고 있고, 영국 현대무용가 아크람 칸, 프랑스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체카머필하모닉의 내한 공연도 기다리고 있다.
이 센터장은 “역삼동 시절부터 강조해온 동시대성을 이어가되 지역 주민, 새로운 관객 개발을 위해 기존의 정체성에서 확장한 공연예술 콘텐츠로 관객과 소통할 생각이다”라며 “대중음악 공연인 박정현의 콘서트, 마술사 이은결의 공연 등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콘텐츠를 확장해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시설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