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檢혐의 입증 가능한가

②‘가스라이팅’ 어디까지

③‘조직 행동’ 그늘 실체는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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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이게 참, 굉장히 어려운 사건이에요. 지금까지 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훨씬 멀어보이는 사건입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계곡살인' 사건 피의자로 지목되는 이은해(31)·조현수(30)가 사실상 결정적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 등은 지난 16일 경찰의 검거망이 좁혀오자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혔고, 이후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 씨는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뒤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선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고, 조 씨는 17일 오후까지 조사를 받았으나 진술을 회피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 스스로 도주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이들의 마음은 어떤 상태에 있는 것일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밝혀야 할 문제들이 여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구자룡 변호사는 최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전형적인 피의자의 수싸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 입증 어떻게…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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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이 '계곡살인'에서 이 씨 등이 이른바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입증해야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내연남인 조 씨와 함께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사망 당시 39세)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 씨에게 4m 높이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물로 스스로 뛰어들게 한 후 일부러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이 A 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려 계획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 이 씨와 조 씨는 A 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는 등으로 살해하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문제는 입증이다.

이수정 교수는 계곡 사건을 놓곤 "일단 (A 씨에게)아무런 신체 접촉이 없었다.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물에 뛰어들어 결국 사망한 것"이라며 "그렇기에 (이 씨 등은)피해자의 죽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는 것인데, 이들도 처음에는 '자기들은 보험금을 못 받은 피해자'라는 민원인이었다"고 했다. 이어 "(물에 빠진 A 씨에)도움을 줘야 할 상황인데 도움을 주지 않고 피해자를 사망케했다면 '부작위 살인'으로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튜브를 던져줬다. 마지막 순간에는 못 봤다'고 한다면, 그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안 잡히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복어 독과 관련해선 "이들이 주장하는 바로는 복어 독 관련 문자는 일종의 장난스러운 대화였을 뿐 사실 복어 독을 먹인 적이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물적 증거가 확보된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 씨는 자필진술서에서 "복어를 사서 매운탕 거리와 회로 식당에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맛있게 먹었다"며 "살해하려고 했다면 음식을 왜 다 같이 먹었겠는가. 식당에서 독이 있는 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해도 절대로 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해·피해자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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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이에선 피해자 A 씨도 의문점이 품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A 씨가 이 씨 등으로부터 정신적 학대 행위의 한 유형인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 시점에서 이들 사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대기업 연구원 출신의 A 씨는 6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씨는 생활고를 겪고, 실질적 경제권은 이 씨가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정 교수는 계곡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합리적 사고를 하는 성인 남성인데, '뛰어내리라'는 강요를 듣고 어떻게 물에 뛰어내리기까지 이르렀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난맥상"이라고 했다.

이어 "이 씨가 (A 씨와)혼인신고를 한 상태에서, A 씨는 (이 씨의 내연남인)조 씨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며 "함께 여행도 갈 정도의 관계였다. 아내에게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혼인 신고를 하고, (신혼)집을 이 씨에게 제공하고, 괴이한 행적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가스라이팅'에 대해선 "그렇게 된 것으로 정황상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그런데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근무하는 그런 사람이 어린 애도 아닌데 과연 가스라이팅을…. 특히 이은해, 연약한 여자가 그렇게 가스라이팅을 해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결국 극단적 선택 비슷한 일을 시킨 것 아닌가. 이 부분은 밝혀나가야 할 상황"이라며 "혼인 기간 중 어떻게 이 씨 딸이 A 씨 호적에 올라갔는지 이 부분도 부자연스럽다. 여러가지 지금 밝혀야 할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계곡 살인' 조직적으로 이뤄졌을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이은해 씨 결혼 사진(좌), 이은해씨가 지난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연합]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이은해 씨 결혼 사진(좌), 이은해씨가 지난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연합]

이번 '계곡 살인' 사건 등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인지도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씨 지인 등 4명을 조력자로 보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명은 검찰이 이 씨 등의 공개수배를 내린지 나흘 뒤인 지난 3일 이들과 함께 경기도 외곽으로 1박2일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은 여행 중 숙박업소를 예약하는 과정에서 이 씨가 결제한 신용카드의 명의자와 은신처로 사용된 오피스텔의 월세 계약자다.

다만 검찰은 이들에게 범인은닉이나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조사 후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정 교수는 "(조직범죄의)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누가 지명수배된 사람과 1박2일 여행을 가는가"라고 했다. 그는 "이들 주변에는 굉장히 의심스러운 이들이 많다"며 "아마 검거 전 텔레그램 등에서 수사에 대한 진행 상황과 법적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동료들과 보험 사기를 저질러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일은 혼자서 하기가 어렵다. 이 씨가 2년간 혼인에 이를 정도로 애정이 깊은 다수의 남자들을 어디서 구한 것인지도 사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했다.

‘자수’ 인정될 수 있을까…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 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 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현재 이 씨 등은 형법상 자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고 검거에 협조하긴 했지만, 이들의 행위가 형법에 규정하는 자수로 볼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형법 제52조 '자수·자복' 조항은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 형량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죄를 뉘우치지 않는 피고인에게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

구자룡 변호사는 두 사람이 검거에 협조한 일을 놓고 "수사기관이 질문을 해 혐의를 입증하듯, 피의자도 질문을 받으며 자신에 대한 수사 정도와 증거 수집 정도를 역으로 파악한다"며 "아마 최대한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부분을 인정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 같다"고 분석키도 했다.

1994년 대법원은 자수를 이유로 형이 감경된 강간치상죄 피고인이 진정한 자수를 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이 씨는 지난 19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재판부에 낸 자필 진술서에서 "언론에 나와 있는 부분에도 허위사실이 난무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한 일을 놓곤 "(조현수가)감금과 강압적 수사를 받았다. 그래도 무서워 도망친 제가 원망스럽다. 도주는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