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팀
참여자 249명 대상 연구 진행
“자해 포스팅, 타인들 관심 끌려는 의도 아냐”
“정서 조절·자기 처벌 목적 등으로 자해 경향”
“자살 의도 없는 자해, 건강하지 않은 자구책”
“정신건강 문제 심각성 드러내는 지표” 지적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자살 의도는 없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해 사진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행위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고려대에 따르면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표면 그 아래: 젊은 성인여성의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 콘텐츠 온라인 게시의 임상 및 심리사회적 요인 ’이라는 제목의 연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이 연구는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 행동을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는 성인들의 심리적 특성을 규명한 것으로, 실험 심리와 다학제 심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 국제 학술지 ‘인간 행동과 컴퓨터(Computers in Human Behavior)’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 행동을 하는 참여자 24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참여자 중 67명은 자해 관련 콘텐츠를 SNS에 올린 경험을 가졌고, 나머지 182명은 자신의 자해 행동을 온라인에 게재한 경험이 없었다.
연구에 따르면 자해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자해의 주요한 동기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정서의 조절, 자기 고통의 기록, 자기 처벌을 목적으로 자해를 하는 경향이 매우 높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실제 자살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자해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 탄력성과 자존감 역시 자해 게시 글을 올리는 이들에게서 낮은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지난 10여 년간 자살의 목적 없이 자신의 신체 조직을 손상시키는 방식의 자해를 지속하는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와 관련한 정신건강 문제가 대두돼 왔으며 이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를 수행하는 젊은 연령층의 경우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에서 자해 관련 포스팅을 시도하는 문제 또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제1저자인 이수은 연구원(석사과정생)은 “이 논문 결과를 통해 자해 포스팅을 하는 이들을 소위 ‘관종(관심 종자)’으로 낙인찍는 시선이 완화되며,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임상적 고위험군을 선별 및 개입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기대했다.
허 교수도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는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건강하지 않은 자구책으로 보아야 한다”며 “자해 콘텐츠를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해당 개인이 경험하고 있는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하나의 지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해에 대한 입체적이며 과학적인 탐색이 지속될 때 치료의 구체적 방향과 우선순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