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내 방산 ‘빅5’ 꿈이 영근다
K콘텐츠, 오랜시간 쌓인 문화역량 발현
‘K방산’ 축적된 역량 폭발적 도약 가능
레드백·K2 등 여러 국가와 협상 진행중
여름·겨울 혹독함 견디는 기술 장점
美의 공백영역 ‘미디엄 하이’ 진출 추진
첨단기술 육성으로 세계시장 선도할 것
“방위사업청에 절대적인 기회가 온 것이고, 방사청 직원들에게는 인생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 지금 업계와 정부가 다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한국 방위산업은 지금보다 더 큰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습니다”
‘K-방산’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하는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대한민국 방산의 미래를 언급하는 순간 호흡이 빨라졌다.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했던 한국은 어느덧 선진국에 첨단 무기체계를 파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강 청장의 시선은 ‘방산 5대 강국’이라는 더 큰 꿈을 향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2일 경기도 과천시 방위사업청사에서 만난 강 청장에게서는 한국 방산에 대한 애정과 의욕, 자부심이 짙게 묻어났다.
▶ ‘방산 5대 강국’ 목표 2년으로 앞당겨=최근 강 청장은 이전에 제시했던 ‘5년 내 방산 5대 강국’ 목표를 2년 내로 3년이나 앞당겼다. 그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될 수도 있으나 시대발전 흐름을 보면 지금 2년이라는 시간은 과거 20년보다 더 길 수 있다”며 “그동안 축적해온 세계적 수준의 국방기술과 무기체계 제작 능력,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방산 5대 강국 진입을 위해서는 ‘천조국’으로 불리는 미국은 차치하더라도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이스라엘 같은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강 청장은 “방산 5대 강국은 수출규모와 함께 기술 측면에서도 세계 5위 수준에 들어간다는 것”이라며 “최근 수출 성과는 특출한 하나의 무기체계가 아니라 그동안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산업체들이 최고 수준의 기술을 축적해온 결과이기 때문에 국민적 지원이 더해진다면 더욱 확장되고 팽창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화제를 낳은 기생충과 미나리, 오징어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K-콘텐츠가 오랜 시간 축적된 문화역량의 발현이듯 방산 기술도 일정 수준에 올랐기 때문에 이제 폭발적인 도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강 청장은 K-방산의 지속성과 관련해선 다양한 프로젝트 추진, 우수한 기술력 및 가격경쟁력, 수출시장 진입장벽 극복, 한국의 단기간 급성장한 방산 분야 발전 경험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특히 “그동안 우리 업체와 정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사업들이 많이 있다”며 이미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호주의 미래형 궤도장갑차 레드백(Redback)과 노르웨이의 K2 전차 외에도 여러 국가를 상대로 다양한 협상이 진행중임을 넌지시 내비쳤다.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이 K-방산의 장점이 된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내놨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자연기후의 혹독함이 우리에게 축복이 되는 측면도 있다”며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동시에 견뎌내는 무기체계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은데, 우리는 일상적으로 경험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과 능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K-방산,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강 청장은 K-방산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산 수출 측면에서 미국으로의 진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탄약, 부속 등 상당량이 매년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나 우리 업체의 기술력과 경쟁력에 비춰보면 수출이 더 늘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방산 분야 최선진국이지만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세계 최고의 기술 선도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성공 가능성이 낮더라도 최첨단 분야에 투자한다”며 “반면 우리는 최첨단은 아니지만 미국이 투자하지 않는 미디엄 하이(Medium High) 또는 하이 로우(High Low)에 투자하는데 미국의 공백인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는 우방국에게 맡겨야하는 영역인데 그동안 독일이나 이스라엘 등이 그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제는 우리도 기술력과 제도를 갖고 있는 만큼 미국시장 진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화디펜스는 미국의 M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3500여대를 차세대 유무인 보병전투장갑차로 교체하는 사업(OMFV)에 미 업체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강 청장은 “이런 영역이 오히려 최첨단 영역보다 클 수도 있다”면서 “이는 한미동맹의 강화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강 청장은 K-방산의 도약을 위해 기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서 선도자(First Mover)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주요 선진국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Fast Follower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우주 등 혁신기술과 도전 분야가 국방에서 대두하고 있는데 정부의 과감한 첨단기술 육성을 바탕으로 First Mover로서 앞으로 세계방산시장을 선도하고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방산 수출 성공 뒤에는 많은 이들의 피와 땀=강 청장이 K-방산 황금기의 문을 연 주역 중 한사람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올해 들어 공개된 출장만 이집트와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국내 있던 시간보다 해외에 있던 시간이 더 많을 만큼 분주하게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방산 수출 지원활동을 펼쳤다.
강 청장은 방산 수출이 성사되기까지 방사청과 방산업체 직원들은 물론 각 군 장병들의 보이지 않는 땀과 눈물이 있었음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중동 국가와 무역을 하는 사람들은 흔히 ‘아랍 상인’이라는 말을 하는데 ‘빨리빨리’가 몸에 익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동 특유의 기상천외한 협상전략과 지연전술, 그리고 ‘신의 뜻대로 되기를’이라는 긍정적 의미지만 사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말하는 ‘인샬라’를 경험하면 그 마음 졸임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중동 국가와 협력 사업은 장기적인 시야와 전략이 없으면 결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례로 우리 측 인원들이 애초 2주 정도 예상했던 출장이 길어지는 바람에 6개월 이상 장기체류하거나 우리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상대국에 체류하면서 며칠간 계속해서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한 숙소를 오래 사용하다보니 취사도구와 라면 등을 맡겨놓고 출장 갈 때마다 이용하곤 하는데 한 직원이 라면을 먹고 보니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상태였다는 ‘웃픈’ 일화도 소개했다. 강 청장은 “방산 수출 성과를 거두기까지 매번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악조건을 뚫어가며 경쟁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눈물겨운 노력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강 청장은 퇴임 이후에도 한국 방산 발전과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방사청의 존재 목적부터가 자주국방 태세 구축과 경제성장 동력 확충 두 가지”라며 “기회가 된다면 방산비리라는 이름의 굴레를 걷어버리고 방산이 정말 자주국방과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길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신대원·김성우 기자
shind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