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프로그램 ‘개승자’가 13개 팀으로 출발해 어느덧 6개 팀이 겨루는 파이널전을 치르고 있다.
13개 팀중 신인팀은 한 개 팀(홍현호팀)이었다. 나는 13개팀 중 신인팀이 3개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선배들이 너무 많으면 그 자체로 ‘적폐’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서다.
코로나 시대에 ‘줌’ 회의 상황을 짜임새 있는 콩트로 보여준 신인팀이 파이널 직전에 탈락하는 바람에 신인팀 없는 결승전이 돼버려 아쉽다.
물론 신인팀이 세 팀이나 나온다고 해도 승승장구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경험 부족이나, 전략 부재로 고전할 수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전이건 고전이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개승자’는 개그의 대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실험장’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가 계속 나오며 거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 몇몇 팀이나 선배팀 위주 등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양한 개그나 코미디가 나올 수 없다.
출전팀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이승윤 팀은 신구의 조화가 가장 잘된 팀이다. 이승윤 팀은 온라인 환경과 온라인 유머에 익숙해진 시청자에게 신선함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파이널 1차전에서도 1위에 올랐다.
이승윤팀의 ‘신.알.세 (신비한 알고리즘의 세계)’코너는 공백기가 있어 신인이라 할 수 있는 홍나영이 모바일로 유튜브를 검색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홍나영의 톡톡 튀는 밝고 젊은 개그를 이승윤팀이 잘 받아들이고 있다.(홍나영은 교육방송의 어린이물이나 ‘뽀뽀뽀 친구친구’ 같은 프로그램 출연자로도 적임자일 것 같다)
거기에 이상민, 이상호, 심문규의 고난이도 댄스 퍼포먼스부터 이승윤의 레몬 먹방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개그 연기 열정이 더해진다.
이승윤은 평소 트렌디한 개그를 구사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홍나영의 재기발랄한 감각을 잘 살렸다. 이를 주워먹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주워먹는 것도 능력이고 팀웍이다. 이승윤이 스포츠동아와 가진 인터뷰 기사를 보면 주워먹기가 아니라, 얼마나 유연한지를 보여준다.
“팀을 꾸리고 처음 회의하는 날 운명적으로 탄생한 코너예요. (홍)나영이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이런 영상도 나오더라고요’라며 우연히 말했는데 딱 꽂히더라고요. 바로 코너가 그려졌죠. 쌍둥이들도 ‘알고리즘’이라는 단어에 뒤는 더 듣지도 않고 ‘형, 그거다!’ 외쳤어요. 다양한 이야기와 분장을 녹이기 딱 좋은 포맷이었어요.”
그렇게 해서 이승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공감, 다채롭고 짜임새 있는 플롯을 챙겼다. 선배 개그맨들은 이승윤의 역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개승자’가 이승윤팀의 이같은 놀라운 팀웍(콜라보)을 보여준 것은 그 자체로 개그의 발전이다. ‘힙쟁이’를 하고 있는 변기수 팀, 와일드카드 정경미의 가세로 ‘대한외쿡인’이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윤형빈 팀, ‘압수수색‘ 코너를 하다 새 코너 ‘VIP (브이아이피)’를 선보인 김원효 팀, 음악 개그를 하다 새 코너 ‘개는 훌륭하다’를 올린 이수근 팀도 변화를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힙쟁이’의 변기수팀이 앞으로 와일드 카드로 '쇼미더머니'에 나온 래퍼들 중 한 명 정도를 섭외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원재, 미란이, 소코도모, 조광일, 아넌딜라이트, 머드더스튜던트, 쿤타, 신스 등과 함께 하는 모습도 보고싶다.
서바이벌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잘 나갔던 경험 속에서 익숙한 개그를 반복 재생산 하는 것은 금세 표가 난다. 그래서 선배들도 타성에 젖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도 욕심을 조금 더 부린다면, 지금보다 좀 더 다양한 개그 형태들을 보여줬으면 한다.
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