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리그(주원규 지음, 네오픽션)=동시대 사회문제를 거침없이 드러내온 작가 주원규의 신작 사회파 소설. 상류층의 일그러진 욕망을 강남 클럽을 중심으로 그린 ‘메이드 인 강남’에 이어 이번엔 서초동으로 무대를 옮겼다. ‘정의구현을 목표로 하는 서초동’에서 벌어지는 검찰 권력 투쟁의 부조리를 그린 소설은 현실과 겹쳐지며 술술 읽힌다. 소설은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의 대표 박철균이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그는 법조계와의 유착으로 소문이 파다한 인물. 대검 특수부 부장검사 한동현은 그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이용할 계획을 세우고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백동수를 호출한다. 한동현은 이렇다할 인맥이 없는 백동수에게 박철균의 자살 배경을 조작, 검찰총장 김병민을 기소하자는 특별한 제안을 한다. 박철균의 뇌물 리스트에서 자유로운 별 볼일 없는 백동수를 장기말로 선택한 것이다. 김병민은 평검사 시절 유력 중진 국회의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둘러싼 수사에 항명하면서 지방으로 10년간 쫒겨났다가 대통령의 총애로 총장이 된 인물. 검찰개혁을 외치자마자 간부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그 과정에 한동현의 설계에 걸려들면서 법무부 장관 조민국에게 접근한다. 소설은 검찰 내부의 권력 투쟁, 정치권과의 야합, 언론 노출과 사건 조작 등 기소권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검찰의 비리와 부조리를 고발한다.

▶미국인 이야기(전 3권, 로버트 미들코프 지음, 이종인 옮김, 사회평론)=옥스퍼드 미국사 시리즈(전13권)의 첫 책인 ‘영광스러운 대의: 미국 독립 전쟁: 1763-1789’을 세 권으로 나눠 펴냈다. 대화하듯 끌고가는 유려한 이야기체로 딱딱한 역사서와 차별화된다. 미국 혁명은 영국의 강압적인 세금 정책에 맞선 저항에서 시작됐으나 점차 식민지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위대한 대의를 지키기 위한 전쟁으로 확대된다. 저자는 토머스 페인의 팜플릿 ‘상식’이 이런 인식의 전환을 촉발했다고 본다. 자연법과 사물의 보편적 질서를 강조한 상식이 영국과의 불합리한 관계에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혁명세대의 아메리카인은 그 개념의 경계를 정하는데 온 힘을 쏟았고, 결국 대의 민주주의와 연방제,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관계, 다수결 정치, 인민의 범위와 자율성 등으로 구체화시켰다. 오늘날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원형이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미들코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런 쟁점들이 미국 혁명에서 어떻게 싹트고 전개됐는지 방대한 자료를 섭렵, 큰 흐름으로 그려낸다. 특히 사건 뿐만 아니라 내재적 이유들도 짚어주는데 민중들에 시선을 둔 점이 새롭다. 미들코프는 자유인은 물론 여성, 인디언, 흑인 등 소외된 이들까지 혁명에 저마다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식민지인이길 거부하고 신대륙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세세하게 그린 점도 흥미롭다. 스스로의 역량을 의심하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등 서로 다른 집단들이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이기까지 갈등을 넘어 타협을 이뤄낸 리더들의 이야기는 시공을 넘어 새롭게 읽힌다.

▶메멘토 모리(이어령 지음,김태완 엮음, 열림원)=고 이병철 회장이 죽음을 대면하고 가톨릭 신부에게 종교와 신, 죽음에 대해 던진 24가지 질문에 시대의 지성 이어령 교수가 답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묻게 되는 이 궁극의 질문에 현재 병고에 시달리는 이어령 교수는 특유의 비유와 스토리텔링, 유추와 상상력으로 보다 유연하게 생각을 펼쳐낸다. 여러 차례 진행된 대담을 한데 모은 책은 죽음을 매일 목도하는 코로나 시대, 정처없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잡아준다. 2021년 12월 대담에서 이 교수는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이 질문에 답을 해나갔다. 특히 인간의 오만과 코로나 패러독스, 진화의 원리와 신의 인간 창조에 기반을 둔 기독교적 가치관의 비교, 과학의 발달과 신의 존재, 지구의 종말 등에 그는 기호학자, 언어학자로서 본질에 다가간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의 교훈과 팬데믹 이후에 다가올 번영 등 역사적 사실을 통한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2019년 대담에선 죽음을 앞둔 이병철 회장처럼 어떤 갈증을 보여주는데 “지구에 종말이 닥쳐도 최후의 증인이 되어 ‘지구는 이렇게 끝났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자신이 경험한 위대한 신앙 체험,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남겼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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