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성공담·공모주에 열광, 왜?
주식투자·부동산 인기 치솟자 불안감 커져
‘소시민 부자’ 유튜브 인기·관련도서도 불티
“재테크의 신은 소수…성공담은 성공담일뿐”
“500만원에서 시작해 45억원을 벌었다는 ‘돈깡’이랑 펀드매니저 출신 유튜브 ‘슈카월드’ 영상을 챙겨봐요.” 직장인 배모(34) 씨는 자산 60% 이상을 투자에 활용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다. 그의 롤모델은 재테크에 성공한 유튜버들. 배씨는 “유튜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회, 역사 등 세상에 대한 시야도 넓어지는 것 같다”며 “열심히 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다. 부자들처럼 좋은 일 하는 재단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투자를 위해 그는 지난 18일부터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에도 도전했다.
‘재테크신(神)’의 성공담에 대학생·직장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굴지의 기업을 만든 기업인의 창업 이야기보다 평범한 직장인 출신 ‘소시민 부자’의 자수성가 이야기들이 유튜브 인기를 얻고 있다. 주식·부동산 같은 자산이 없이 월급만으로만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재테크 성공담 열풍이 또 다른 능력주의 신화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테크신의 성공 스토리’가 확산되는 곳은 유튜브다. 배씨가 언급한 유튜버처럼 가정 형편이 어렵다가 재테크로 큰 돈을 벌거나, 직장에 다니다 투자가로 전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채널을 별도로 운영하거나 경제 유튜버 채널에 등장하는 식으로 자신의 성공담을 알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올라온 ‘중소기업 직장인이 건물주 되기까지’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29만회, ‘평범한 직장인이 원룸 건물주가 되기까지’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119만회를 넘었다. 직장인에서 재태크 유튜버로 유명인사가 된 ‘신사임당’은 1월 기준 구독자수만 169만명이다.
직장인들의 재테크 성공담에 대한 관심은 인기 도서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직장인들의 생활과 부동산 투기 등을 다뤄 화제를 모은 책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이달 셋째 주 기준 교보문고 자기계발 분야 인기도서에 올랐다. 지난해 교보문고 내에서 경제경영 분야 도서는 22.1% 증가해 다른 분야를 제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직장인들이 재테크 성공담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월급과 같은 노동소득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위기 의식때문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과거 경제성장기 때와 달리 창업을 한다거나 전문직에 종사한다고 해도 계층을 뛰어넘을 수준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줄었다”며 “재테크 성공담은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급등한 주식·부동산 가격도 영향을 끼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79.3에서 지난해 10월 기준 106.6으로 34.4% 증가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주식·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테크로 빨리 돈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유행처럼 번졌다”며 “자신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포모(FOMO)증후군’과 같은 심리가 너도나도 재테크에 뛰어들게 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재테크 성공담을 보며 투자를 안 하던 직장인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투자 경험이 전무했던 직장인 이모(29) 씨는 얼마 전부터 금(金)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주식이나 코인을 하자니 무섭고, 아예 아무것도 안 하자니 불안해서 금을 모으고 있다”며 “경제 유튜브를 보면서 나도 빨리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투자자들에게 생소했던 투자형식인 공모주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일반청약 첫날 32조646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기록한 22조159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재테크 성공담 열풍이 또 다른 능력주의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수에 불과한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재테크에 실패하면 ‘내가 성과를 못 냈다’는 자책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체 투자자 중에서 거액을 버는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76조원이라는 역대급 매수세를 보여준 ‘동학 개미’도 삼성전자 등 우량주 가격이 떨어지면 차익 실현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교수는 “사실 개인이 재테크로 부자가 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기회를 잡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재테크에 대한 2030세대의 기대가 크다”이라고 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