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5명 사상 후에도 화재예방 소홀 의혹
이천 화재 후 제정된 화재예방법, 올해 12월에 시행
“공사 현장에도 비상경보설비 설치 추진해야”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소방관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평택시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가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 따른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법·제도 개선 요구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10일 오전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1층에서 중점적으로 감식이 이뤄졌다.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현장에서는 2020년 12월에도 작업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필요한 공정을 수행하지 않는 등 부실시공이 있었고, 시공사 관리자와 감리자가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는 이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화재 위험까지 대비하진 못했다. 불에 약한 우레탄폼이 내장된 샌드위치 패널이 사용돼 화재 진압을 어렵게 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11월 해당 공사장에 대해 “화재 위험이 있다”며 불티 비산 방지포와 소화기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건설 현장의 화재 예방을 위해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1월 30일 제정됐으나, 시행은 올 12월부터여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제한한 건축법 개정안도 지난해 12월 시행돼 평택 현장에는 적용될 수 없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소화기만 배치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백동현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명예교수는 “현행법상 건물 내 화재를 감지하면 벨을 울려 위험성을 알리는 비상경보설비를 설치하게 돼 있지만, 평택 같은 공사 현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공사 현장에도 현장용 비상경보설비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서는 건설현장의 각종 사고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도 거론되고 있다. 안전관리 등을 위해 발주자에게 공사기간·비용의 산정의무를 부과한 법안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되고 있다. 건설노조는 전날 성명에서 “적정 공사기간을 의무화한다고 했지만, 빈 수레가 요란했다”며 법 제정을 촉구했다.
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지난 8일 “냉동창고를 비롯한 건축물의 소재 등이 가연성이 높아 화재규모도 크고 진압과정에서 소방관이 위험에 처하는 일이 많아 건축 소재부터 가연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바꿔야 한다”며 “소방관의 재해를 국가가 인정하는 ‘공상추정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지난 7일 시공사, 감리업체, 하청업체 등 6개 회사 12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하고, 관계자 1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불이 난 1층에서 용접 작업을 하면서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았는지, 내달 준공 예정일을 앞두고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하려 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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