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영 현대차그룹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 인터뷰

20여년 간 현대차그룹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

‘커넥티드 카’ 위한 자체 운영체제 개발·양산 본격화

내비게이션·클러스터·HUD 통합…기기 연동성 강화

권해영 현대자동차그룹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상무)이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의 현대차 기술 분석 사례를 언급하며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는 이제 글로벌 톱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
권해영 현대자동차그룹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상무)이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의 현대차 기술 분석 사례를 언급하며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는 이제 글로벌 톱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자동차가 달라지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는 과거 운송수단의 개념을 넘어 특별한 이동의 경험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자동차 업체의 핵심 경쟁력도 차체·부품 등 하드웨어(HW)에서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시장을 주도했던 독일계 회사들(메르세데스-벤츠· BMW·아우디)은 최근 현대차그룹의 차량을 직접 구매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몇 년 새 눈에 띄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장의 기반에는 20여 년 간 현대차그룹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해온 권해영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인포테인먼트개발실 실장(상무)이 있다. 그는 “경쟁 자동차 회사에서 우리의 차량을 확보해 시스템의 하드웨어 설계와 소프트웨어 구조를 분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제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는 글로벌 톱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커넥티드 카 두뇌 ‘ccOS’ 개발 주도=2003년부터 텔레매틱스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과 인연을 맺은 권 상무는 소프트웨어플랫폼개발 파트장, 인포테인먼트소프트웨어개발팀 팀장, 인포테인먼트개발실 실장 등을 거치며 현대차그룹이 현재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추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특히 권 상무는 ‘커넥티드 카 운영체제(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 개발을 총괄했다. ccOS는 커넥티드 카를 총괄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독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말한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술 내재화와 미래 차량용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술 기반 확보를 목표로 지난 2016년부터 독자 ccOS 개발에 착수했다.

권 상무는 “과거 현대차그룹은 QNX, WinCE 등 다양한 OS를 사용했었다”며 “하지만 본격적인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위해서는 기존 상용화된 제품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아키텍처를 완전하게 맞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넥티드 카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팅, 심리스 컴퓨팅(차량과 주변 인프라를 연결), 지능형 컴퓨팅, 보안 컴퓨팅 환경 조성을 위한 자체 ccOS 개발이 꼭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출시한 제네시스 ‘GV80’과 ‘G80’에 ccOS를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최초로 선보였다. 지난해 10월과 12월에는 앞서 탑재된 것보다 사용성과 기능을 더욱 강화한 ccOS가 장착된 ‘GV70’와 ‘GV60’도 출시했다.

독자 ccOS 활용의 장점은 차량 간 기술 표준화 및 유지·보수가 쉬워졌다는 점이다. 차량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대용량의 데이터도 효율적으로 분석·처리할 수 있게 됐다.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수집·분석해 고객에게 가장 빠른 경로를 안내하고, 원격으로 시동을 걸거나 원하는 실내온도를 설정하는 것,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몇 번의 터치로 결제가 가능한 것은 모두 ccOS를 기반으로 구현한 서비스다.

특히 무선(OTA·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최신 지도 및 소프트웨어를 내려받는 것도 가능하다. 권 상무는 소프트웨어에 있어 ‘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에서는 현재 애플이나 구글에서 OTA로 제공하는 시스템 업데이트 수준 이상으로 인포테인먼트 무선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며 “각종 자동차 동호회 카페도 수시로 들여다보고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기민하게 파악해 차량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부터 출시하는 제네시스·현대·기아 브랜드의 모든 차량에 ccOS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 GV60. [현대차그룹 제공]
제네시스 GV60. [현대차그룹 제공]

▶GV60에 ‘ccIC’ 적용…기기 간 연동성 강화=지난해 10월 출시된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에는 ccOS를 기반으로 한 최첨단 ‘커넥티드 카 통합 콕핏(ccIC·connected car Integrated Cockpit)’이 세계 최초로 장착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이 차량을 출시하며 ‘럭셔리 전기차의 새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ccIC로 사용성과 연결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ccIC는 ccOS를 기반으로 ‘고급형 내비게이션’과 ‘클러스터’,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까지 통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권 상무는 “이러한 시스템의 통합으로 기존과는 완벽히 다른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 연동 클러스터는 지도, 내비게이션(일반·증강현실 모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 3가지 뷰를 지원, 안전운전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제공한다. 내비게이션과 HUD 간 콘텐츠 연동도 강화했다.

지난달 출시된 제네시스의 4세대 ‘G90’은 3개 디스플레이에 더해 후석 승객을 위한 디스플레이 2개까지 총 5개의 디스플레이를 통합했다. 후석에서 전석을 제어할 수 있고, 영상과 각종 정보를 연속적으로 연동하고 공유할 수 있다.

여러 특성의 부품들을 단일 제어기에 통합하기는 쉽지 않았다. 권 상무는 “클러스터는 안전 부품으로 신뢰성과 안전성이, 내비게이션이나 HUD는 편의부품으로 다양성과 확장성이 핵심”이라며 “이를 자유롭게 연동하게끔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자동차 기능안전 측면에서 서로 다른 등급의 소프트웨어인데, 이를 단순하게 하나로 합치게 되면 비효율적인 구조가 되고, 고려해야 하는 사용 시나리오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 상무는 ‘가상화 기술(Hypervisor)’을 활용해 이를 개선했다. 하나의 하드웨어 안에서 안전부품과 편의부품의 소프트웨어들이 독립적으로 동작하도록 설계한 뒤, 개별 소프트웨어 간 서로의 정보와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도록, 가상화 기술을 통해 연동 환경을 조성했다.

‘디자인’에도 힘을 줬다. 단순히 기능만 뛰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 권 상무의 지론이다. 결국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선 디자인이 핵심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ccIC를 통한 사용자경험(UX·User Experience)이 편리하면서도 내비게이션, 클러스터, HUD를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권 상무는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했을 때 보이는 모든 디스플레이를 조화롭게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며 “완벽한 사용성을 위해 양산 직전까지 디자인을 개선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도 이어졌다. 권 상무가 담당하는 조직에서 개발한 UX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iF디자인·레드닷·IDEA)를 휩쓸었다.

권 상무는 현대차그룹 내 각 브랜드 간 디자인 차별화에 대해서도 늘 고민한다. 그는 “제네시스·현대·기아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는 같지만, 이를 각 브랜드에 맞춰 차별화되도록 하는 것이 큰 숙제”라고 말했다.

제네시스 GV6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현대차그룹 제공]
제네시스 GV6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현대차그룹 제공]

▶8비트 게임의 추억…최근 고민은 ‘인재 영입’=권 상무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권 상무는 초등학교 때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어 부모님을 졸라서 8비트 컴퓨터를 얻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가 사주신 컴퓨터는 게임 타이틀이 많았던 ‘애플II’, ‘MSX’ 기종이 아닌 ‘교육용’으로, 게임을 하려면 컴퓨터 잡지에 실린 ‘BASIC’과 기계어로 된 게임 코드를 직접 입력해야만 했다. 그는 이 같은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됐다.

대학 시절에는 학교 선배의 부탁으로 ‘주유소 재고관리 프로그램’을 만들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력을 느꼈다. 권 상무가 졸업을 앞둔 1999년에는 닷컴(.com)이 ‘뜨는’ 시절이었다. 고가의 IBM AIX, HP UX 대신 저가의 x86 서버에 리눅스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회사가 많았다. 그는 당시 많이 사용하던 저가용 ‘알짜 리눅스’에 궁금한 점이 있어 제작사인 ‘리눅스원’에 이메일 문의를 했다가 그 길로 리눅스원에 입사하게 됐다.

권 상무는 서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접속자 수를 늘리고자 서비스 구조와 OS를 고치거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빠른 시간 내에 데이터를 복구하는 일 등을 하며 이 분야에서 경험치를 쌓았다.

이후 2003년 현대차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텔레매틱스’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으로 자동차 소프트웨어만의 매력을 알게 됐다. 그는 특히 커넥티드 카 소프트웨어는 남다른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 상무는 “지금까지 적지 않은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왔지만, 카 클라우드와 연결하고 차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하드웨어를 제어·연동하는 커넥티드 카 소프트웨어는 그만의 깊은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최근 고민은 ‘인재 영입’이다. 이른바 유망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가 공격적으로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구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권 상무는 “현대차그룹이라고 하면 완성차 제조 산업의 정점인 기업이라 당연히 기계 중심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이제는 전자·IT 회사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이 중요한 요소로 바뀌고 있고, 그에 따라 개발 프로세스와 기업 분위기도 소프트웨어 개발사처럼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사업 영역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인재 육성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권해영 현대차그룹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이 1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유망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인재를 영입하면서, 인재 영입이 가장 큰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
권해영 현대차그룹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이 1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유망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인재를 영입하면서, 인재 영입이 가장 큰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