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옷과 남성옷은 다르다. 당연한 얘기다. 신체의 차이 때문이다. 그런데 품질이 다르고, 일부러(?)불편하게 만든다면 얘기가 다르다.
6년 차 패션 CEO인 김수정 씨는 어느 날 남동생 바지를 우연히 입어보곤 딴 세상을 만났다. 생긴 건 여성복과 다르지 않은데 바지를 안 입은 것처럼 편했다. 이유가 뭘까? 그때부터 그는 여성복과 남성복의 차이를 찾기 위해 수많은 샘플을 확보해 일일히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가 찾아낸 결정적 차이는 남성복은 ‘활동성’을 전제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유분이 많다. 반면 여성복은 보여지는 ‘라인’에 초첨을 맞춘다. 불편함은 기본값이다.
그렇다면 남성복의 장점은 살리고 여성의 몸에 맞게 제작하면 어떨까? 그는 패턴을 만들어 남성복 공장에 들고 가 제작을 요청했다. 그렇게 나온 샘플바지는 스스로도 놀라웠다. 입고 있는 걸 깜빡할 정도였다. 원단인 리넨에 워싱가공을 해 기계세탁이 가능하게 만들고 박음질도 2,3번 더 해 쉽게 터지지 않게 했다. 커뮤니티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패션 몰 퓨즈서울 김수정 대표 얘기다.
첵에는 김 대표가 시중에 나와있는 여성복과 남성복을 일일이 뜯어보고 찾아낸 여성복과 남성복 차이의 비밀이 들어있다.
대학에서 여성복의 기본을 H라인 스커트로, 남성복은 일자 팬츠로 가르친다는 건 놀랍지도 않다.
무엇보다 같은 브랜드에서 나온 제품의 원단이 다른 점을 연구소에 제품을 보내 분석한 결과 보고가 충격적이다. 일 례로 수트를 만드는데 남성용 원단과 여성용 원단은 다르다. 금세 해지고 보풀이 이는 여성용 원단과 달리 남성용 원단은 고밀도로 보풀이 일지 않고 탄탄하면서도 두껍지 않다. 심지어 슬랙스는 세탁기에 여러번 돌려도 그대로다.
리넨의 배신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대부분의 여성복 리넨 제품은 사실 리넨이라 부를 수 없는 제품이다. 그저 리넨 직조방식으로 짠 것이거나 혼용률이 30% 이하라는 것이다. 리넨은 통풍이 잘 되지만 물세탁이 안되며, 구김이 잘 가고 힘이 없어 드라이크리닝이 필수다.
그런데 남성복 리넨은 다르다. 여성복은 리넨 60%이상을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남성복은 100%리넨에 워싱 가공으로 구김도 적고 매끄럽다.
핸드메이드 코트라며 안감을 넣지 않는 건 공임을 줄이기 위한 것이며, 여성복의 봉제가 잘 풀리는 오버로크가 대부분인 반면 남성복은 모두 쌈솔 방식으로 봉제된다는 점, 세탁시 오그라들거나 물빠짐을 막아주는 워싱 가공이 여성복의 경우 데님에만 들어가는 반면 남성복에는 대부분 들어간다는 등의 팩트 체크가 줄줄이 이어진다. 한마디로 “여성복은 차별의 옷”이란 얘기다.
여성옷을 코르셋에서 해방시킨 현대 여성복이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체를 옥죄는 옷, 질 나쁜 옷에 갇혀 있음을 고발한 저자는 여성복 기본값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김수정 지음/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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