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스승님’ 김길태 탭꾼탭댄스컴퍼니단장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의 향연

헤럴드스토리 | 보건복지부 소속 PD로 일하던 스물 아홉 살 청년이 불현듯 사직서를 내고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1997년, 정해둔 기한도 목적도 없이 떠난 여행에서 한국의 탭댄스는 본격적으로 씨앗을 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 다시 한국 땅을 밟았을 때, 그는 탭댄스 불모지에 이 춤을 전파할 만큼 능숙한 탭꾼이 돼있었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타닥타닥타닥탁’ 신발 밑창이 바닥에 닿아 찰진 소리가 나면 심장박동은 절로 반응한다. 발로 만들어내는 연주를 듣고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 ‘유죄’다. 일찌감치 엑소 디오(도경수)도 그 ‘리듬’에 빠졌다.

“탭댄스라는 거이 참 사람 미치게 만드는 거드만.” (영화 ‘스윙키즈’ 중 로기수(도경수가 맡은 역)의 대사)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북한군 포로까지 미치게 한 ‘미국춤’을 배워봤다. 대한민국 탭댄스 1세대인 김길태 탭꾼탭댄스컴퍼니단장을 ‘1일 클래스’의 스승이 됐다.

스승님은 말하셨다. ‘네 자신을 알라’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은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을까. 나를 아는 것은 정신과 머리뿐 아니라 몸뚱아리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이날에서야 알게 됐다.

출발은 ‘거뜬’했다. ‘대책 없이 발랄한’ 소녀들이 스윙밴드로 성장하는 영화 ‘스윙걸즈’에서처럼 ‘짝수 박에 치는’ 박수 동작부터 배워봤다. 스승님은 ‘탭댄스’의 박수는 영화보다는 더 ‘쉽다’고 강조하며 “발 구르고 박수를 치면 된다”고 했다. 선생님의 필살기는 ‘한국식 기본기’ 다지기인 ‘쿵짝’ 전법‘이다. ‘오른발(쿵) 박수(짝)’을 6번을 반복하면 ‘발 구르는 동작’인 스탬프(Stamp, 발바닥 전체를 바닥에 닿는 것)와 ‘박수치는 동작’인 클랩(Clap)의 ‘아름다운 조화’가 완성된다. 여기에 일곱번째 박수는 ‘두 번’ 치는 것으로 마무리. 오늘 처음 탭댄스를 배운 사람이라도 한두번 반복하면 순간 착각에 빠진다. “나, 탭댄스에 소질 있나봐.”

김길태 탭꾼 컴퍼니 단장. 박해묵 기자
김길태 탭꾼 컴퍼니 단장. 박해묵 기자

뻔뻔한 자신감을 간파한 스승님의 ‘압박 강의’가 이어졌다. 스승님이 안무를 만들고, 전 세계를 사로잡은 춤꾼 리아킴이 춤을 춘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광고 속 동작 배우기다. “쉽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동작”이라는 것이 스승님의 설명.

앞서 배운 기본기에서 박수를 추가하면 완성됐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쿵짝짝(발손손) 쿵짝짝(발손손) 쿵짝(발손)’. 스승님이 불러주는 ‘쿵짝’ 장단에 맞춰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다 보면 탭댄스의 리듬이 내 몸에 흐르며 심장이 나대기 시작한다. 탭꾼을 흉내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

문제는 이제부터다. 몇 동작만 추가됐을 뿐인데, 거대한 산이 초심자를 가로막았다. 허벅지를 때리는 동작이 새롭게 추가되자, 약간의 공포가 밀려왔다. 스승님의 완성된 동작을 보는 동안 얕은 숨이 새어나왔다. 일단 허벅지를 올리며 손으로 내리치는 동작을 어색하지 않게 추는 것이 중요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아’ 로봇처럼 삐걱거리더니, 이내 몸도 머리도 멈춰버리기를 반복했다. 겨우 ‘쿵짝짝(발손허벅지 때리기) 쿵짝짝(발손허벅지 때리기) 쿵(발)’을 더했을 뿐인데.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광고 캡처]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광고 캡처]

‘쿵짝짝(발손손) 쿵짝짝(발손손) 쿵짝짝(발손허벅지 때리기) 쿵짝짝(발손허벅지 때리기) 쿵(발)’. 이 한 동작을 두 번 반복하는 15초는 5분처럼 느껴졌다.

스승님은 다시 말하셨다. “혼자 10번만 연습하고 다시 해보자”고. 그러다가도 농담처럼 다시 말씀하셨다. “리아킴보다 빨리 배웠다”며 “리듬을 지배하는 자”라고. 농담인 걸 알면서도 속고 싶은 칭찬에 자꾸만 광대가 하늘로 향했다. 스승님의 칭찬에 자신감이 비대해져 주체할 수 없는 리듬을 쏟아냈다. 스승님께선 “나중에 무대에 서도 되겠다”며 “1000점 만점에 9점”, 아니 “10점 만점에 9점”을 주셨다. 물론 단서도 달렸다. “리아킴은 보지 말라”고.

집으로 돌아와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광고를 다시 찾아봤다. 환상적인 리듬을 만들어내는 탭꾼들의 현란한 스텝 뒤로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리아킴의 등장. ‘우리’가 각각 배운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 동작이 광고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시원시원하게 쭉 뻗은 팔다리로 자신감 있게 만든 경쾌한 리듬의 향연. 아…. 아아…. 이날의 광대 승천은 평생의 이불킥 감이었다. 남은 것은 상처와 허벅지의 멍자국 뿐. 어쩐지 허탈해져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짝짝 쿵’을 되뇌어봤다.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속으로만.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