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억제’서 ‘공급 확대’로 틀었지만…
수요자 공급부족 불안 해소엔 역부족
경기·인천, 지난해 8월 이후 20%대 올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부동산 정책 기조를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전환하며 8·4 공급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집값이 안 잡히자 쥐어짜듯 내놓은 ‘일방통행식’ 정책이 오히려 공급을 더디게 만들었고 수요자의 불안심리마저 자극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4일 KB국민은행 부동산리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8·4 공급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7.1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1개월 간의 상승률을 기존 연간 상승률과 비교하면 노무현 정부 당시 가장 높았던 2006년의 13.75%보다 훨씬 높다. 지난 11개월간 서울(16.09%), 경기(24.62%), 인천(20.41%) 등 수도권의 집값은 무섭게 치솟았다.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을 월별로 보면 지난해 8월 0.93%로 전달(1.01%)보다 상승폭이 축소되는 듯했으나, 9월 다시 1.01%로 치솟았다. 10월 0.58%로 주춤하다가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9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8·4 공급대책은 태릉골프장(CC), 용산캠프킴, 서부면허시험장, 정부과천청사 일대 등 부지 활용에 더해 공공재건축을 도입해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하지만, 이 자체가 실수요자의 공급부족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고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게 통계로도 드러난 것이다. 올해 2월에는 공공기관이 직접 재개발·재건축이나 역세권·저층주거지 개발사업에 나서는 내용의 2·4 공급대책도 발표됐으나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잇따른 ‘공급신호’에도 집값이 고공행진하는 건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8·4 공급대책이 나올 당시에도 서울 내 소규모 택지를 활용하는 5·6 공급대책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쥐어짜듯 내놓은 대책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지자체 등과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주민 동의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방안이 많아 시장에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실제 신규택지 개발을 둘러싸고 주민과 지자체 등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과천청사 일대에 4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은 대체지를 확보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태릉CC 사업 역시 교통난과 녹지훼손 등을 우려하는 노원구 주민의 반발로 표류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애초부터 치밀하게 만들어진 계획이 아니다 보니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실수요자에게 ‘새집 짓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만 더 심어준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공급대책을 내놓으며 “공급 확대로 실수요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수급 균형을 통해 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했지만, 실수요자의 불안감을 자극할 만한 정책은 따로 벌였다.
지난해 7월 전격 시행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3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임대차3법 통과 후 심화한 전세난에 지친 일부 수요자가 ‘아예 집을 사버리자’며 매매수요로 돌아선 탓에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기도 했다. 실수요자들이 언제 입주할지도 모르는 공급대책을 기다리기보다는, 전세난 회피에 급급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