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을 때려 뇌사시킨 집주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정당방위이므로 무죄’라는 의견이 76.2%, ‘지나치게 가혹한 대응이어서 유죄’라는 의견이 10.9%로 나왔다고 한다. 논란이 된 도둑은 단지 타인의 집에 들어온 것이 전부일 뿐, 집 주인에게 아무 위해도 가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도둑’으로 상징되는 ‘타인’에 대한 엄한 잣대가 ‘가족’이나 ‘부모’라는 이름 앞에서는 유독 관대한 게 우리 사회인 것 같다. 도둑이 집에 들어와 8살된 아이를 발로 짓밟아 아이의 갈비뼈가 16개가 부러져 즉사했다면 어땠을까. 도둑이 아이를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몸에 쏟아부어 화상을 입혀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또 25개월된 아이를 쇠파이프로 때려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각각 어떤 죄명과 어느 정도의 형이 적용될까.
위의 사례들은 ‘울산 아동학대사건’과 현재 상해치사죄로 재판 중인 ‘칠곡 아동학대사건’, ‘울산 입양아 사건’ 얘기다.
‘윤일병 사건’의 주범도 상해치사로 징역 45년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아무런 저항이 불가능한 8살짜리 아동을 학대한 가해자들은 징역 10년과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게 전부다.
친부모의 83%가 아동학대를 하고 있고 한 달에 한 명 이상의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죽어나가고 있다. 지난 4년간 아동학대 관련 판결문을 보면 자녀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부모의 50%가 집행유예나 3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그저 ‘부모이기 때문에’, ‘남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게 용서되고, 가볍게 처리되는 현실이 맞는 걸까.
가정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공간이 돼선 안된다. 아동학대도 존속에 대한 범죄처럼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미국, 호주, 캐나다에서는 수년간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에 시달리는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를 살해하거나 범행을 저지른 경우 일정한 기준 하에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는 것을 ‘폭행’이나 ‘살인면허증’을 취득하는 것 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도둑’과 달리 ‘가족’은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나우리 이명숙 대표 변호사>
bonsa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