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폭락세에 선물거래량 약 4배 급증

고위험 고수익…급등락 장세에 선물시장 요동

2018년 정부 금지에도 해외 선물거래 계속돼

투자자 사기 사례도 등장…규제 필요성 대두

# 직장인 김모(36) 씨는 이번 가상자산 폭락에 39억원어치의 ‘롱포지션(가격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한 파생상품)’으로 계약한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청산(돈을 모두 날린 것)’당했다. 밤을 지새워가며 2년 넘게 불렸던 자산을 10분의 1 남기고 모두 날린 그는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고 망연자실해 했다.

가상자산의 폭락세가 이어지자 ‘레버리지 투자의 끝판왕’으로 꼽히는 가상자산 선물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

21일 가상자산 선물 통계 사이트 스큐에 따르면 평균 500억~600억달러를 오가던 비트코인 선물거래량이 이번 폭락으로 약 2400억달러로 폭등했다. 이더리움 선물거래량 역시 평균 300억~400억달러를 오가다 전날 1410억달러로 급등했다. 가상자산의 급등락이 심해지자 파생상품시장으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가상자산 선물은 막대한 레버리지 효과로 한탕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주요 가상자산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거래소의 경우 적게는 0.5배, 많게는 125배 가까운 레버리지를 일으켜 거래에 뛰어들 수 있다. 가상자산 선물거래는 납입 기한을 무기한으로 설정하고 있다. 증거금 10만원으로 100배 레버리지 거래를 선택해 비트코인 상승에 베팅해 성공하면 0.1%만 상승해도 1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0.1% 떨어지는 순간, 바로 증거금 전액을 잃는 ‘마진콜’이 발생한다.

이처럼 가상자산의 경우 변동성이 주식시장보다 훨씬 크고 24시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 수익이 큰 만큼 위험성도 크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선물시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신용카드 결제 등을 활용해 해외 원정 투자에 나서는 개인들이 적지 않다. 실제 우리 정부는 지난 2018년 이후 한국거래소의 가상자산 선물시장을 사실상 불법화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지갑을 활용해 거래소 간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구입해 바이낸스, FTX, 비트멕스,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로 옮긴 뒤 선물거래가 가능하다. FTX와 바이비트의 공식 한국어 텔레그램 그룹에는 각각 1000여명, 4000여명이 입장해 있어 높은 수요가 증명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을 활용한 가상자산 선물거래 규모를 약 1조~2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지만 가상자산 파생상품이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있어 투자자들은 별도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고위험 상품이니 유의해 달라’는 문구가 떠있을 뿐, 이를 ‘이해했다’는 버튼을 클릭하면 누구나 거래가 가능하다. 이에 최소한의 규제인, 2014년 국내 증권시장에 처음 도입된 ‘파생 적격 개인투자자 제도’처럼 일정 시간 이상 교육과 모의 거래를 이수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소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어서다. 더 나아가 최근 높은 비율의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워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거래소를 운영 중단하는 사기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당국의 규제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공식 입장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법”이라며 “가상자산에 대한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파생상품에 관한 규정 역시 없다”고 일축했다.

김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