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다주택자 10년 보유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서울 연 입주물량 3배 12만가구, 매물 기대했으나
다주택자 처분물량 파악 안 돼, 정책효과 미궁 속
전문가 “정책 결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지적
최근 전세 통계 마사지 논란 등 통계 미비 문제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에서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집을 처분할 ‘퇴로’를 처음 열어줬지만 정작 이들이 얼마나 팔았는지 알 길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들여다볼 명확한 통계가 없는 까닭이다. 정부는 애초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면 자연스레 공급을 유도할 수 있다고 봤으나 정책 효과는 미궁 속에 남게 됐다.
21일 헤럴드경제가 정보공개청구 등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올해 1월 다주택자가 서울 안에 10년 이상 보유한 물량이 12만8000가구라고 밝혔으나 국토부는 실제 이 물량이 시장에 얼마나 풀렸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이 언급한 물량은 지난해 12·16 대책과 관련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올해 6월까지 조정대상지역의 10년 이상 보유 주택을 팔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장기 보유 특별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물건을 시장에 내놓게 하려고 ‘출구전략’을 쓴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물량의 구체적인 수치는 2월 중순 기준, 서울에만 12만8199가구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전체의 26%인 3만4254가구가 몰렸다. 서울의 입주물량이 한 해 약 4만가구임을 고려하면 3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정부가 다주택자 억제책을 썼던 데서 처음 당근책을 내놓은 것인 데다 실제 풀리기만 한다면 공급 부족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정책 효과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집값이나 거래량 통계 등을 통해 가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 들어 규제지역이 대폭 확대돼 단일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12만8199가구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서울 주택으로 계산한 것인데, 2·20 대책과 6·17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이 추가되면서 이 수치가 14만4750가구까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2·20 대책 이전의 조정대상지역’이라는 특정 지역으로만 통계를 산출할 수 없다는 해명도 더했다.
애초부터 12만8199가구에는 임대사업자 보유물량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 의무기간(4~8년)이 정해진 임대사업자 물량은 당장 시장에 나오기 어렵다. 해당 물량이 어느 정도 포함됐는지도 국토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개편한 데 이어 다주택자에게 추가 퇴로를 열어주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건 이전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현재도 많은 정책이 쏟아져 시장의 피로감이 높은 상태”라며 “부동산시장 불안에 대한 원인을 전 정권으로 돌리는 동시에 정책 결과에 대해 명확히 짚고 넘어가지 않으려는 점도 문제”라고 봤다.
통계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있는 통계를 바꾸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전세 통계가 연장 계약 등을 포착하지 못해 변동성이 커진다는 이유로 개편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전세 가격이 뛰자 ‘통계 마사지’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