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골프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에서 무려 26개의 골프장을 운영하는 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은 올해 68세지만 팔팔한 현역이다. 유 회장의 휴대폰은 항상 해외 로밍중이었다. 하필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한국에 체류 중이었고 마침 그를 만나 골프 인생 얘기를 들었다. 물려받은 재산없이 샐러리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한국이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 골프장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개척자였다. 그는 혈기 넘치던 대학시절에는 정치가를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 기울어진 집안 형편으로 인해 1975년 대한통운에 입사했고, 2년 뒤인 77년에는 현대상선에 공채로 들어갔다. 골프를 시작한 건 1982년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면서다. “일본 거래처 담당자가 골프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를 상대하기 위해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직장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골프 용품 관련 무역을 하는 한국산업양행을 차렸다.
신뢰로 쌓은 인맥과 비전 골프를 너무 좋아해서였기도 하지만 마침 한국에 골프장들이 늘어나고 있을 때였다. 일본의 야마하 골프카트, 갱모어 등 골프장에서 잔디 관리용 중장비를 제조하는 바로네스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사업을 했다. 국내에서 코스가 늘어날수록 당연히 골프장 관리 운영 장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봤다. 그의 예상대로 50여 곳이 안 되던 한국 골프장은 30년이 지나자 10배이상 시장으로 팽창했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인맥을 쌓고 신뢰를 얻은 덕에 1993년에 치바에 있는 고급 회원제인 요네하라 골프장을 찾아 당시 한국의 곤지암컨트리클럽과의 자매교류를 돕기도 했다. 당시 골프장이 좋아서 회원권을 사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초과 공급된 골프장들이 폭락하는 사태를 맞았다. 오래 친분을 맺었던 요네하라 골프장이 그에게 골프장 인수를 의뢰했다. “골프장 회장이 회원권을 가진 주주의 동의를 받으면 일본 민사재생법을 이용해 부채를 95% 탕감할 수 있으니 인수하라고 했습니다.” 시가 2천억원짜리 골프장을 1백억원에 살 수 있었던 배경이다. 타고난 성실성에 10여년 이상 골프장 장비 유통을 하면서 코스 운영에 대한 노하우도 많은 그가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경영이 나아지자 다른 골프장들도 그를 찾아 인수 의사를 물어왔다. 이듬해 나가사키의 페닌슐러오너스를 인수하는 등 꾸준히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일본서 골프장 인수한 비결 일본에서도 고급 골프장으로 손꼽히는 이즈미 골프장을 인수한 것도 요네하라 골프장 관계자가 유회장의 운영 철학에 공감해 소개해서 가능했다. 그렇게 지난해 이시카와의 야마시로 골프장까지 9개 골프장 207홀을 운영하게 됐다. 후쿠이 국제CC 인수는 은행 부채를 안는 대신 인수 금액이 ‘100엔’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10년 동안 운영하면서 은행 빚을 다 갚는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2000년대 초중반 일본에는 미국의 골드만 삭스, 론스타 등의 금융자본이 들어가 헐값인 일본 골프장을 대거 사들였다가 몇 년 뒤에 팔고 나갔고 이후 아코디아, PGM등 골프장 위탁 운영 전문회사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제가 인수한 골프장 중에 판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매출도 오르고, 회원들도 만족하고,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코스 관리와 골프장 영업 철학을 가졌고 품질로 인정받았습니다.” 유 회장은 골프장 운영 관리 노하우 중에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것 하나를 공개했다. “골프장에 가장 중요한 건 잔디 퀄리티입니다. 골프장 장비를 오래 다뤄본 터라 인수한 골프장의 잔디를 예전보다 더 자주, 짧게 깎았습니다. 물론 일주일에 잔디를 한 번 깎으나 두 번 깎으나 골퍼가 플레이 하는 여건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잔디를 두 번 깎는 습관이 되면 잔디는 그게 자신의 성장의 끝이라 여기는 대신 뿌리를 더 깊이 내리게 됩니다. 그러면 더 좋은 코스가 되죠.” 단순한 진리지만 그는 코스 관리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미국 골프 시장으로 진출 일본 골프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뒤에 그는 두 아들이 유학하는 미국을 종종 오가면서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몬테레이컨트리클럽, 오레곤 골프장 등 7곳의 골프장을 사들였다. 미국에서 골프장을 인수할 때 그는 자신의 골프장 운영 철학인 3S를 강조했다. “소유자가 만족(Satisfaction)해야 하고, 회원이 만족스럽게 골프를 즐겨야 하고, 근무하는 직원도 만족스럽게 일하는 곳을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골프장 운영이야 일본에서 많이 경험한 것이니 그 철학을 말하니 미국 사람들도 인정해주더군요.” 그리고 올해 2월에 미국 캘리포니아 라킨타에 위치한 PGA웨스트 골프코스 6개를 포함해 9개를 추가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인수 작업에는 미국의 골프장 위탁운영 업계에서 명망이 높은 센추리골프가 공동 보조를 맞췄고, 짐 힌클리 센추리 대표가 적극 도왔지만 매각하려는 골프장 주주들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일본에서야 생활하면서 쌓은 신뢰가 바탕이 됐지만 미국에서 다수의 골프장을 인수하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매년 개최하는 PGA웨스트 인수가 그랬다. 피트 다이가 디자인한 이 코스는 미국 골퍼에게는 자존심과도 같았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유 회장은 지난해 가을 골프장 주주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일본의 고급 골프장인 치바 이즈미로 초청했고, 직접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기는 그의 모습에 그들은 크게 감동했고 그 뒤의 인수 작업은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그리고 올해 2월에 미국 골프경영지 <골프Inc>에서 한국인이 PGA웨스트 등 9개 골프장을 인수했다는 기사가 났다. 유회장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이전까지 미국에서 인수한 골프장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골프장들이 대거 영업 중단을 하고 직원들을 해고하는 사태가 생겨났다. 하지만 당시 그는 직원을 자르지 않았다. “내가 직원들을 쉽게 자르지 않고 소중하게 여긴다고 인식이되니까 직원들이 오히려 더 성심성의껏 일하더군요. 다행히 지금은 골프장이 다시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의 골프장 실무 관리는 아들에게 맡겨두고 있다. 일본에 골프장 9곳과 미국에 무려 16곳을 합쳐 모두 25곳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운영하는데 한국에서는 골프장에 관심이 없는지가 궁금하다. “젊은 시절부터 해외에서 일 했습니다. 우리보다 잘 살고 골프 문화도 깊은 선진국에 가서 성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인이라 안 될 것 같다는 무시를 딛고 성공해냈습니다. 보람이 무척 큽니다. 골프의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할 때 영어도 짧고 나이도 많아서 주변에서 힘들다고들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부딪쳐보니까 길이 나오더군요. 고국에서 뭘 한다면 그런 보람을 찾기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한국인인데 너무 잘한다’이런 말을 들을 때 제일 기쁩니다.” 그는 어서 빨리 코로나19가 끝나 해외 현장에 나가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골프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한국인이 많지만 해외 골프장 운영이란 특수 영역에서 성공 신화를 쌓은 건 처음이다. 한국산업양행이란 회사명이 새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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