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두산 발전설비 보증
‘이란과 거래’ 美 제재 받을수도
미국과 이란 사이 일촉즉발의 긴장 국면이 팽팽한 가운데 엉뚱하게 한국수출입은행(수은)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이란 위험 상황을 체크하던 중 국내 은행들 가운데 유일하게 수은에만 대(對) 이란 금융 익스포져(위험에 노출된 금액)가 20만달러 가량 남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9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오후 ‘긴급 금융시장점검회의’를 열었고 금융감독원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전쟁 직전까지 간 이란과의 거래가 있는 은행들의 실태 파악이 이뤄졌다. 금감원은 자체 분석 결과 대이란 금융 익스포져가 있는 은행이 1곳 수은이고, 금액은 20만달러(한화 2억4000만원 가량) 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미국의 대 이란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동중인 상황이란 점이 문제다.
미국은 2018년 11월 포괄적공동행동회의(JCPOA)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란과의 거래가 있는 기관 등에 유엔가 별도로 독자제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은행들은 이란 중앙은행은 물론이고 이란계 은행들과의 거래도 원천 차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선 이후 국내 은행들은 모두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안다”며 “국내에 이란 익스포져가 남았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고 말했다.
수은의 ‘금융 익스포져 20만달러’의 성격이 무엇인지가 미국 당국의 제재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컨더리보이콧 이후에 거래가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이전에 설정돼 제 때 회수를 하지 못한 것인지, 동결된 계좌인지 여부 등이다.
수은 관계자는 “2003년도에 두산중공업이 이란에 발전설비를 판매했는데 당시 선수금 환급보증(RG) 형태로 남아있었던 자금으로 확인됐다”며 “2004년도에 설정이 된 것이어서 미국의 제재 위반과는 무관하다. 제재는 소급돼서 적용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이 수은 측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지가 변수다.
홍석희·김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