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서 귀농·귀촌 강의를 마치고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행 시외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중 약 10년 전 이웃마을로 귀농한 A씨(64)을 만났다.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물었는데, 뜻밖에도 그는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해 다니고 있다고 했다. 장거리 출퇴근이 여의치 않아 주5일은 출가한 딸의 서울 집에서 신세를 진다고. 농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내 혼자서 작게 농사를 짓고는 있지만, 이미 다 해봤고 다 알잖아요. 농사지어 필요한 소득을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건강도 해치고. 그나마 나라도 도시 일자리를 구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라요.”

지난 달 귀농·귀촌 강의 차 대구로 가던 길에 잠시 경상북도의 한 지자체에 들렀다. 5년 전 가족이 함께 귀농한 B씨(50)를 만나기 위해서. 그런데 B씨의 집과 농장에 도착해보니 그의 아내와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 B씨는 “가족은 올해 부산 친정으로 내려갔다”고 털어놓으며, 한 가정이 생활하기에는 부족한 농업소득, 자녀의 교육문제, 농사일이 버거웠던 아내의 건강문제와 농촌 적응의 어려움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가 들려준 주변 귀농인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주변 귀농인들 가운데 다시 도시로 나가고자 하는 이들이 몇 있어요. 대개 연세가 좀 있는 분들인데 그동안 고된 농사일에 비해 소득은 적고 건강도 나빠져 시골생활을 접고자 해요. 하지만 매물로 내놓은 땅과 집 등이 팔리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요.”

정부와 지자체에서 집중 지원하고 있는 20~40대 젊은 귀농인들은 어떨까? 필자가 아는 젊은 농부 둘은 전원카페를 차렸다. 이들은 법적 농업인의 자격은 갖췄지만 농사일이 고된 데다 영농기반도 미흡해 결국 농업 외 분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최근엔 영농기반이 충분한 전도유망한 젊은이조차 탈(脫)농업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30대 중반인 C씨는 농업관련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후계농 자격을 갖춰 대농인 부모와 함께 강원도에서 줄곧 농사를 지어왔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

필자는 귀농·귀촌 강의 때마다 이를 우수사례로 소개하곤 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총체적 위기에 처한 농촌에서 가족이 함께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이야말로 ‘애국자’라고 불러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3대가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C씨는 현재 의무 농업종사기간만 채우고 있는 ‘농부 아닌 농부’다. 그는 현재 충청북도의 한 도농복합도시에서 목수의 삶을 살고 있다.

2009년 이후 사회적 트렌드가 된 귀농·귀촌은 위기에 처한 농촌·농업의 희망이요 대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2018년 들어 귀농인은 2년 연속 감소하고 귀촌인 역시 처음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그 동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A·B·C씨의 사례에서 보듯, 이미 농촌·농업의 구성체로 자리매김한 이들조차 사실상 가족이 쪼개지고 분리되면서 탈농촌·농업 움직임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는 곧 파행적인 시골살이의 연명을 초래하고, 급기야 역귀농·귀촌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몹시 우려스럽다. 정책당국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귀농·귀촌 흐름이 급속히 꺼지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