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태의 후폭풍이 결국 관련 업계까지 번지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정부의 미진한 대처방안 마련 탓에 관련 업계 전체가 올스톱 상태가 지속되며 지난 1분기 마이너스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ESS 저장장치 1위 업체인 삼성SDI는 지난 1분기 매출 2조3041억원, 영업이익 1188억원을 올렸다고 30일 발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영업이익이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720억원보다 65.1% 늘었지만, 지난해 4분기 2487억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당기순이익도 전분기보다 63.9%나 감소한 579억원에 그쳤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중대형 전지사업이었다. 자동차 배터리 판매는 증가했지만, 화재사고로 멈춰선 ESS시장의 수요가 줄며 매출이 전분기보다 7.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실적 부진은 업계에서 이미 예측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잇단 ESS 시설 화재에 따른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올 1분기에는 국내에서 사실상 ESS 사업 발주가 전혀 없었다”면서 “삼성SDI도 이에 따른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ESS사태에 따른 실적 부진은 삼성SDI 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24일 1분기 실적을 공시한 LG화학 역시 매출은 전기대비 9.6%, 영업익은 전년대비 57.7%나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지 부문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적자를 내면서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석유화학 사업에서는 398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전지 부문은 14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정호영 사장도 “1분기 ESS에서 1200억원 정도의 손실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력변환장치(PCS) 생산업체인 효성중공업도 이 여파를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중공업 부문 내 전력담당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발전시장 위축에 더해 ESS 사태 장기화로 관련 사업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 이뤄진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의 이같은 현실에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련 시장 생태계가 고사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주장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안전기준이 발표되는 시점이 시장 재개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업계는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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