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핵심협약 비준 안되면 EU와 통상마찰?…노동계 vs. 경영계 입장차 확연 EU 집행위, 5월 말 전문가패널 착수 가능성…“위반 인정되면 수많은 제소 우려”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미비준이 유럽연합(EU)의 무역제재로 이어질 것인지를 놓고 노동계의 경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분쟁 절차에 돌입한 우리나라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무역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노동권 후진국’이라는 국가이미지 실추와 그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주최한 ‘2019 한국노동사회포럼’에서 주제발표에서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EU FTA 위반시 경제적 제재가 없다는 경영계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미얀마가 ILO 조사위원회 권고를 수용하지 않아 ILO 총회 제재를 받았다”며 “ILO가 경제적 제재를 하지 않았는데도 미얀마는 곧바로 손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ILO는 회원국들과 유네스코·세계무역기구(WTO) 같은 유엔 전문기구에 “미얀마와의 협력을 중단하고 정기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제재를 가했다.
2017년 5월 유럽의회에서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시 제재 시스템을 주도한 게 EU였다. EU는 그 이후 집요하게 협약비준을 촉구해왔다. 한·EU FTA 위반시 미얀바와 유사한 제재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계속 미비준 상태에 있다면 EU 집행위가 전문가패널을 소집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5월23~26일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뒤 착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는 전문가패널에 대피배 EU FTA 노동조항을 ‘비구속’에서 ‘강제’로 바꾸는 내용의 용역을 한국 시민단체에 맡겨 이미 안을 만들었으며 전문가까지 동원해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만만찮은 공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한국 상황에는 시기상조”이고, 그런 만큼 경영계에게도 별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유효기간 등 도입,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특히 EU의 무역제재 가능성에도 “보복조치로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한-EU FTA 협정문에 대한 법적‧논리적 기본구조에 대한 근거가 미약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의 이런 우려가 “과장되고 선동적인 추측”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협정문이 비준 자체가 아니라 ‘비준 노력’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 자체가 곧바로 EU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EU 제재 수위를 예단하기 어렵다. 심각한 경제제재는 피하더라도 만약 전문가패널이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한국의 FTA 위반을 인정할 경우 전 세계 최초로 FTA 노동조항 위반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최악의 경우 다른 FTA로의 확장 가능성이다. FTA 노동조항 위반이 인정되면 무역제재를 명시하고 있는 한·미 FTA와 한·캐나다 FTA 운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노동기준 위반건이 워낙 많아 한번 전문가패널로 넘어가는 문을 열면 수없이 많은 제소가 뒤를 이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FTA 노동조항 위반 인정되면 수많은 제소가 우려되는 만큼 애초에 문을 안 열도록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게 중요하다”며 ”설사 무역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노동권 후진국’이라는 국가이미지 실추와 그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도 무시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