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산인구 문제없다” 판단 전문가 “최소한 타깃인구 설정돼야
당장 올해부터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지고, 오는 2029년부터 인구가 감소한다는 정부의 공식 전망이 나왔지만 국민들은 막연한 두려움만 느껴야 했다. 적정인구라는 판단 기준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적정인구 추계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는 연내 연구용역을 통해 적정인구를 추정하려고 했지만 이 대신 재정과 복지, 교육 등 분야별로 인구 대비책을 연구하기로 했다. 적정인구는 국가 경쟁력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인구 수준을 뜻한다.
한 부처 관계자는 “애초 부족한 생산가능인구를 어떻게 메울지 생각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계획”이라며 “하지만 최근 두 차례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향후 10년간은 생산가능인구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실업자 수가 120만명에 이르고 있어 당장은 생산인구보다 일자리 부족이 문제”라며 “여성과 고령층 노동력을 보완하면 2030년대 초반까지는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처의 관계자는 “어디까지가 적정인구인지에 대해선 가치판단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정부서는 장래에 인구 몇 명이 필요하고, 출산율이 얼마나 돼야 하는지 등 숫자로 목표를 삼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적정인구 분석이 부재하자 위험 수준을 판단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날 통계청은 50년 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현재의 절반 아래인 1784만명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2030년부터 빠른 속도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지만 경제는 언제부터 위협을 받는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적정인구 또는 마지노선 인구와 같은 판단 기준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적정인구에 대한 연구는 이미 존재한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는 보건사회연구원에 맡긴 연구용역을 통해 2060년 적정인구 4700만명, 적정 생산가능인구 2400만명이라는 연구를 밝혀냈다. 한국의 세계 경제성장률 기여도 2.2%를 유지하고, 경제 선순환을 통해 복지를 할 수 있는 관점에서 설정된 적정인구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외부에 공표하거나 정책 목표의 기초자료로 삼지 않았다.
적정인구가 제시되면 단계별로 위험 수준을 판단할 수 있고,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타겟인구(목표치)를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목표 경제성장률을 토대로 적정 생산인구가 산출된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출산율 회복과 여성과 노인, 청년 노동참가율 수준도 쉽게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일본도 지난 2015년 ‘50년 뒤 인구 1억명’이란 목표를 세웠다. 국토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인구가 최소 1억명이 필요하고, 이를 역산해보니 합계출산율 1.8명은 돼야 사회 유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타겟인구 또는 마지노선 인구를 제시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지향점이라도 제시해야 제대로 된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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