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이용자 정보 악용 우려 인수·합병 끝낸 기업 이례적 조사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이 소유한 세계 최대 동성애 데이팅 어플리케이션을 조사하고 나섰다. 미국 당국이 중국 기업의 자국 기업 인수ㆍ합병 과정에 개입해온 적은 있지만 이미 인수를 끝마친 업체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동성애 데이팅 앱 ‘그라인더’(Grindr)가 불법적으로 확보한 위치 정보나 이용자 정보 등이 중국 정부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며 해당 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그라인더는 하루 38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 동성애 데이팅 앱으로, 본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지만 2016년 1월 중국 IT업체 ‘쿤룬그룹’이 1억5200만 달러(약 1700억원)에 인수했다.

월스트저널은 “미국 안보 당국은 그라인더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중국 정부가 손에 넣으면 미국 관리를 협박하고 중국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지원을 강요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번 조사가 중국 기업이 앞으로 데이터나 정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의 기업을 인수ㆍ합병하기 어려울 것임을 확인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사이버보안업체 파이어아이의 존 헐투퀴스트 정보분석 책임자는 “군사적 우위, 산업적 유불리를 따졌던 과거와 달리 전반적인 정보와 일상은 이제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조사로 중국 IT기업의 성장은 큰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당국의 개입으로 쿤룬기업은 그라인더를 매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지난해 8월부터 준비해온 해외 상장 계획을 철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라인더는 쿤룬기업의 3개 핵심 사업부로, 2017년 전체 매출의 12.9%를 책임졌다.

CFIUS는 외국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심사하는 기관으로, 특히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앞서 CFIUS는 지난해 알리바바그룹이 미국 최대 송급업체 머니그램(MoneyGram) 인수를 무산시켰다. WSJ은 CFIUS가 2016년엔 쿤룬그룹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온라인 브라우저 업체인 ‘오페라 소프트웨어’(Opera Software) 인수를 가로막기 위해 개입했다고 전했다.

김우영 기자/k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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