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족·D턴족·귀포족… 배달앱·피자 주문건수 급증 1인분 주문량도 50%이상 더 차례 상차림 수요도 증가세

#. 작년에 아내를 잃은 C(67) 씨는 올해 처음으로 설 명절을 혼자 맞는다. 작년에는 아내가 아픈 와중에도 며느리들을 진두지휘 하며 차례상에 올릴 제수 음식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그런 아내가 없다. 그렇다고 아내처럼 며느리들과 부엌에서 음식하느라 애를 쓰는 것도 영 내키지 않는다. C씨의 고민을 어떻게 알았는지 큰 며느리가 올해부터 차례상에 올라갈 음식을 배달시키는게 어떠냐고 묻길래 그냥 ‘그러자’고 했다.

#. 직장인 최준혁(33) 씨는 다가오는 설 연휴에 여수 고향 집에는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서울에서 홀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최근 중요한 프로젝트 하나를 맡으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탓에 휴식이 간절했다. 설 연휴기간 먹을 간편식과 간식 등으로 냉장고는 미리 채워놨다. 그는 “요즘엔 명절 당일에도 영업하는 프랜차이즈가 꽤 있다보니 배달 주문해 먹으면 되니 끼니 해결할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바일을 앞세운 편리함에 한국사회 특유의 명절 풍속도도 급변하고 있다. 차례상도, 명절 선물도 모두 배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대다. 이른바 ‘D세대’(Delivery 세대)로 통칭되는 ‘명절 신(新)인류’는 그나마 남아있던 세시풍속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관련기사 18면 대형마트에서 가정간편식(HMR)을 장보고 차례상을 차리는 것도 귀찮아 이제는 차례상마저 통째로 배달한다. 불과 3~4년 전 명절 연휴기간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부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차례상 배달이 새로운 명절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명절이면 편의점이나 분식점 음식에 영혼을 기댔던 ‘귀포족’(귀성 포기족)은 배달음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명절도 배달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작년 설에 처음으로 ‘한상차림’ 배송을 시작한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추석에 설 때보다 매출이 15%나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마이셰프 전통 상차림 세트’를 처음 출시한 작년 설에는 목표대비 15% 초과 달성했다.

명절이면 전통시장이나 마트가 아니라 배달음식이 더 대목을 맞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작년 추석 연휴(9월23~26일) 기간 배달음식 주문 수는 전월 같은 요일에 비해 16.9% 증가했다. 그해 설 연휴(2월15~18일) 역시 전월 같은 요일 대비 13.4%의 주문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1인분 주문(총 주문금액 1만2000원 이하)의 경우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 작년 추석과 설 연휴기간 1인분 주문 증가율은 평소 대비 각각 56.8%, 55.8%로 전체 주문 수 증가율을 훌쩍 넘어섰다. 학업과 업무, 휴식 등을 이유로 귀성을 포기한 1인 가구가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명절 연휴만 비교해도 매년 성장세는 더 두드러진다. 배달음식 수요 자체가 매년 지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배달 앱 ‘요기요’가 최근 3년(2016~2018년)간 설과 추석을 포함해 명절 연휴 기간 주문량을 분석한 결과, 연 평균 52%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작년 11월부터 1만원 이하 주문 건에 대한 수수료를 폐지하면서 1인분 메뉴 수가 대폭 늘었다”며 “1인분 주문을 중심으로 올해 명절 배달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피자헛에서도 최근 3년간 명절 주문 및 배달 건수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피자헛에 따르면 작년 설 연휴 일 평균 배달 주문 건수는 전년 설 대비 32.2%가 늘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 총 주문 건수는 15.9%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윤상 한국피자헛 마케팅팀 상무는 “매년 명절 기간 피자 주문 수요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명절 기간에는 특히 가성비가 높은 세트 제품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신소연ㆍ이혜미 기자/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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