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펀드계좌보다 추가 과세 해외펀드에 담는게 절세 도움 소득지역 차별, 형평성 어긋나 “절세를 원한다면 일반 펀드 계좌에는 국내 펀드를 담되, 연금 계좌(개인연금, 퇴직연금)에는 국내 펀드를 담지 마세요.”
시중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연금계좌 가입차 지점을 방문한 한 개인 투자자에게 연금계좌에 국내 펀드를 담으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며, 국내 펀드 대신 해외 펀드를 선택해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해외펀드를 담는 게 절세에 도움된다는 설명을 듣고 난 투자자는 PB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연금 계좌에 담은 펀드’는 ‘일반 펀드 계좌에 담은 펀드’와 다른 방식으로 세금을 매기게 된다.
‘일반 펀드 계좌 안의 국내 펀드’에는 배당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지만, ‘연금계좌 안의 국내 펀드’에는 배당과 매매차익 모두에 세금을 부과한다.
예를 들어 연금계좌가 삼성전자에 투자한 국내 펀드를 담고 있고, 이 국내 펀드가 삼성전자 투자로 100만원의 매매차익과 20만원의 배당을 얻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연금계좌 투자자는 매매차익과 배당 모두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므로 120만원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 펀드에 투자한 사람이 노후에 연금 형태로 자금을 수령하면, 소득(과세표준소득) 120만원에 대해 3.3~5.5%(만 55세 이상이면서 연금 가입 기간 5년 이상 대상)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 5.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고 가정하면, 6만6000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반면 ‘일반 펀드 계좌 안의 국내 펀드’는 매매차익과 배당이익을 얻더라도 배당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면 된다. 삼성전자 주식을 산 국내 펀드를 통해 100만원의 매매차익을 얻고, 20만원의 배당을 얻었다면 투자자는 20만원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된다. 이 때 20만원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15.4%(지방세 10% 포함)가 부과돼 3만800원가량을 납입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연금펀드 계좌 안에 국내 펀드를 담은 투자자는 똑같은 국내 펀드를 일반 펀드 계좌 안에 담은 투자자보다 3만여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선택하는 게 해외펀드이다. 국내펀드는 일반계좌가 아닌 연금계좌에 담을 경우 세금이 높아질 수 있지만, 해외펀드는 연금계좌에 담을 경우 일반계좌에서보다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해외펀드는 일반계좌에서든 연금계좌에서는 배당과 매매차익 합산 금액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일반계좌에서 15.4%로 매기던 세율이 연금계좌로 오면 3.3~5.5% 수준으로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해외펀드를 담는 투자자들이 연금계좌의 통산 효과도 절세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금계좌 안에서는 국내펀드와 해외펀드를 가리지 않고 수익ㆍ손실을 합산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금계좌에 여러개의 해외 펀드를 담은 투자자 ‘김 씨’가 있다고 치자. 김 씨가 만일 알리바바에 투자한 해외펀드A로 1000만원 이득을 내고, 페이스북에 투자한 해외펀드 B로 1000만원의 손실을 봤다면 아무런 수익을 얻지 못한 셈이 된다. 이 때 김씨는 연금계좌 안에서 번 돈이 없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는 김 씨가 해외펀드를 연금계좌가 아닌 일반계좌에 담았다면,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한 증권사 PB는 “이러한 세제를 아는 사람들은 연금계좌에 국내 펀드를 담지 않고 해외펀드를 수십개씩 담기도 한다”며 “일반 계좌를 통해서는 국내 펀드에 가입해 배당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고, 연금계좌를 통해서는 해외펀드를 수십개씩 넣어 수익ㆍ손실 통산을 통해 세금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현행 과세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국내 펀드와 해외 펀드에서 각각 벌어들인 수익은 ‘어느 지역에서 벌었느냐’의 차이만 있는 것인데, 이를 가지고 다른 세금을 매기는 것은 옳지 않다. ‘차별과세금지(충분히 합당한 이유없이 납세의무자를 불리하게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 계좌에서와는 달리 연금계좌에선 국내 펀드에 대해 매매차익과 배당 모두에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해외 펀드 투자 유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과세 차별을 멈출 때, 비로소 조세형평성도 개선되고, 연금계좌의 국내 펀드 투자 유인도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연금계좌 투자자는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자여서, 이들을 국내 펀드로 유인하면 펀드 수익률 개선, 증시 안전판 제고 등 일거 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펀드와 국내펀드의 과세 방식을 동일하게 맞추거나, 일반 계좌에서처럼 연금 계좌에서도 국내 펀드에 대해 배당세만 물리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호ㆍ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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