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곳곳은 안전진단 따라 복구공사 한창…“희망 보여” -이재민 고통은 여전…일부 지역은 ‘텅 빈 유령마을’ 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가장 불편한 점이요? 지진으로 학교가 폐쇄되면서 옆 초등학교로 등교해요. 학교 운동장에서 출발하는 통학버스를 타려면 평소보다 20분 일찍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게 제일 불편해요. 그래도 새 학기부터는 다시 원래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고 선생님이 말했어요.”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흥해초등학교. 초등학교 4학년인 곽민종(10) 군은 겨울방학을 앞두고 “새 학기에는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성탄절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곽 군은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즐겼다.
흥해초등학교는 지난해 11월, 규모 5.4의 지진 피해를 직접 겪으면서 외벽 곳곳이 무너졌다. 지진발생 한 달을 넘긴 지금까지도 건물 기둥은 외벽이 모두 벗겨지며 흉한 콘크리트를 드러냈고, 바닥에 널브러진 잔해도 그대로였다. 건물 전체에는 사람 키보다 높은 철제 가림막이 세워졌다. 교무실도 학교 옆 도서관에 임시로 세워졌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통학버스를 타고 인근 학교로 가야 했고, 그나마 있던 방학도 줄어든 수업 일수를 채우려 절반 가까이 단축됐다.
그나마 2차 피해 우려가 없는 학교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마음 놓고 운동을 즐길 수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지진의 공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곽 군과 함께 축구에 나선 손준영(10) 군은 “아직도 가끔 흔들림을 느끼거나 지진 당시 돌이 떨어지는 것 같은 ‘쿵’ 소리가 들리면 놀라기도 한다”며 “그러나 점차 나아지고 있어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학교에는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인근 주민들도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는 모습 보였다. 마을 주민 박모(68) 씨는 “운동삼아 나왔다”며 “지진의 흔적이 곳곳에 있지만, 복구하는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고 했다.
흥해초뿐만 아니라 포항시 북구 곳곳은 휴일에도 지진 피해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중인 한 건물 관리인은 “지난 21일 시에서 나온 재난대책본부에서 건물을 둘러보고서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려 건물이 폐쇄된 상태”라며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마무리해 다시 장사를 하려면 휴일도 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복구가 끝나 다시 영업을 하는 건물도 많았다. 지역 주민인 이중래(61)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리 곳곳에 위험하다는 빨간 딱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는데,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 긍정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카페 주인인 김모(35ㆍ여) 씨 역시 “처음에는 나도 ‘어떻게 장사를 하나’를 넘어 ‘여기서 살아야 할지’를 걱정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주민들도 예전처럼 다시 웃음을 되찾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항이 지진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날 오후 4시20분께 규모 3.5의 강한 여진이 다시 발생했다. 카페에 앉아있던 손님들은 “창문이 깨질 수도 있다”며 우왕좌왕했고, 주인도 순간 어쩔 줄 몰라 했다. 여진 직후에는 각자 휴대전화에서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재난문자가 울려 시민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지진으로 한 달 넘게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들에게도 연말ㆍ연시는 아직 가혹했다. 그나마 대피소는 지진 초기와 달리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며 이재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했다. 방문객들은 체육관 앞에 마련된 ‘만남의 광장’에서 이재민의 안부를 묻거나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피소에서 만난 이규진(30) 씨도 가족을 만나기 위해 대피소를 찾았다. 본가는 지진 직후 시로부터 위험 진단을 받고 잠정 폐쇄된 상태다. 이 씨는 “같은 골목에 있는 건물도 초록색 딱지가 붙어 거주할 수 있는 집과 빨간 딱지로 출입이 제한된 건물이 나뉜다”며 “그나마 아직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고 있어 이재민들도 버티는 것 같다”고 설명.
실제로 자원봉사자들은 지진이 한 달 넘게 지난 지금까지 봉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안중현(46) 씨는 “우리 이웃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중간에 봉사를 그만둘 수 없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그나마 봉사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대피소가 마련된 흥해실내체육관 인근 지역은 안전진단 결과 거주를 할 수 없는 건물이 많이 발견됐다. 그나마 진단 결과가 빨리 나와 공사를 다시 시작하는 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예 건물을 포기해 방치된 곳도 상당했다. 한 마을주민은 “상당수 주택을 주인들이 그냥 포기한 상태”라며 “경찰들이 골목 곳곳을 순찰하고 있지만, 흉물스럽게 방치된 집들을 보면 언제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