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개인적으로 애플의 오랜 ‘충성팬’이었다.

날씨만 추워지면 배터리가 ‘광탈’할 때에도, 부분 수리가 되지 않아 손톱만한 액정 상처에도 리퍼폰으로 바꿔야 할 때에도, ‘아이폰을 고집했던‘ 애플 마니아였다.

하지만 최근 고의로 구형폰의 성능을 낮춘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는 충성팬이던 기자도 아이폰 사용을 망설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혁신을 무기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해 온 애플 입장에서 최근의 ‘배터리 게이트’ 논란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전 세계적으로 집단 소송으로 번지면서 애플은 ‘사면초가’ 위기에 몰리는 모양새다.

올해로 ‘아이폰10주년’맞는 애플은 ‘기념의 해’가 ’최악의 위기의 해‘가 될 처지에 몰렸다.

산업섹션 IT과학팀 기자
산업섹션 IT과학팀 기자

스티브잡스로 대표되던 애플 아이폰은 최근 들어 혁신의 한계에 다달으면서 ‘브랜드’ 명성이 예전같지 않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됐었다.

배터리가 부풀어오르고, 겨울이면 전원이 꺼지는 품질 논란에서도 뻣뻣한 자세로 일관했던 애플도 이번은 모르쇠로 일관할 문제가 아니다.

이번 ‘배터리 게이트’ 사태는 애플 아이폰 신화를 만든 주역이었던 아이폰 충성고객이 등을 돌리면서 소송전까지 불사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소송은 애플의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며칠 새 미국 전역에 걸쳐 4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캘리포니아 주의 아이폰 이용자 2명이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에 집단소송을 냈다. 일리노이ㆍ오하이오ㆍ인디애나ㆍ노스캐롤라이나 주 출신의 5명도 시카고 연방지법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주에 거주하는 2명도 뉴욕주 상법 349조와 350조를 위반했다면서 소송에 가세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소송 움직임이 확대될 조짐이다. 이스라엘 고객 2명은 이날 애플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텔아비브 법원에 제기했다. 타 국가로 연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애플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도 소송의지를 내비치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다.

이번 소송에서 소비자가 승소한다면 다른 피해자도 별도의 소송없이 배상받을 수 있게된다. 배상비에 따른 애플의 비용 부담은 막대해질 수 있다. 애플의 오랜 충성팬이 등을 돌린다는 것은 애플에겐 직격탄이다. 비용 손해는 다음해면 극복되지만, 떠나간 충성고객은 쉽게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 생태계’, ‘애플 마니아’가 아이폰 성장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던 상황에서 애플은 가장 큰 원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애플은 그동안 광고 비용을 떠넘기는 등의 협력사와의 불공정한 계약으로 뭇매를 맞았지만 번번이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이른바 ‘한국패스’는 최근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가 과거와 같지 않은 애플의 위상을 애플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의로 배터리 수명을 낮춰 신규 제품 구매를 유도해야 할 만큼, 아이폰 판매가 녹록치 않다는 점을 방증한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판매 둔화로 15년 만에 매출이 역성장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대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크다. 애플은 혁신에 갈채를 보내 준 소비자들의 ‘충성심’을 배신했다.

‘그래도 아이폰이니까, 애플이니까 하면서 인내하고, 감수해 왔던’ 소비자들이 이제 하나 둘 애플에 등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