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민간인 불법사찰 혐의 등 16시간 밤샘 조사 받고 귀가… 추명호·최윤수 禹에 불리한 진술 검찰, 세번째 구속영장 고심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무원과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50·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6시간의 밤샘조사를 받고 30일 새벽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를 두고 우 전 수석 조사 내용을 최종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2시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우 전 수석은 ‘혐의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사찰이 민정수석의 업무인가’라고 묻자 “질문이 과장됐다”고 답한 뒤 준비된 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제 관심은 우 전 수석이 세 번째 구속 기로에 놓일 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조사 과정에서 불법사찰 혐의 전반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수사팀은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사람은 과감하게 입건유예나 불구속 수사 방침을 세워뒀다”며 “다만 직위와 관여 정도에 비춰 혐의가 명확히 소명되고 처벌을 피하려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 더욱 철저하게 기준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같은 방침은 우 전 수석에게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 내용에 비춰 우 전 수석이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으로서 사정ㆍ감찰ㆍ인사검증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동향 수집을 지시하고, 이를 두 차례 ‘비선 직보’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 전 감찰관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과 의경 복무 중인 우 전 수석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을 감찰 중이었다.
우 전 수석은 또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과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을 겨냥한 국정원의 사찰에도 깊숙이 관여한 혐의가 있다. 수사팀은 추 전 국장으로부터 우 전 수석 지시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ㆍ관리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국장의 상관이었던 최윤수(50) 전 국정원 2차장은 우 전 수석의 이같은 불법사찰 지시를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불법사찰을 방조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최 전 차장에 대해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은 이날 귀갓길에 최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가슴 아프다. 잘 되길 바란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이자 각별한 사이로 잘 알려졌다.
추 전 국장이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최 전 차장까지 구속 기로에 놓이면서 우 전 수석은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는 전날 검찰 포토라인에서 한숨을 내쉬며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현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