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금융재벌 류이첸…明代 작은 술잔 367억원에 사들여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피카소 1950년 작품 285억원 매입 부동산 · 증시침체 대체투자처 인식…“재산 해외유출 돈세탁 수단”지적도

[베이징=박영서 특파원]중국 부호들의 뭉칫돈이 예술품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전 세계 경매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경매시장에서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낙찰자 대부분이 중국인들이란 점을 보면 그들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예술품 수집이 중국 부호들의 삶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관련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있다.

▶경매시장의 ‘큰손’ 中부호들=지난 4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명나라 성화제(成和帝· 1464∼1487) 때 제작된 작은 술잔이 2억8100만홍콩달러(약 367억원)에 낙찰됐다. 중국 도자기 경매가로는 사상 최고가였다.

지름이 불과 8㎝에 불과한 이 술잔은 수탉과 암탉 한 쌍이 병아리들을 돌보는 모습이 그려져있어 일명 ‘닭 잔’으로 불렸다. 명나라 시대의 높은 예술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란 호평으로 이 술잔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이 술잔을 낙찰받은 사람은 상하이의 금융재벌 류이첸(劉益謙)이었다. 택시기사 출신의 그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16억달러(약 1조6176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류이첸은 돈을 아끼지않고 골동품에서 현대 미술품까지 사들이는 수집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수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을 상하이(上海)에 2개나 세웠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완다(萬達)그룹 왕젠린(王健林) 회장은 피카소의 1950년 작품 ‘클로드와 팔로마‘를 2820만달러(약 285억원)에 매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그림은 당초 예상 경매가격이 900만∼1200만달러였지만 왕 회장은 두 배가 넘는 높은 가격에 이 그림을 사들였다.

류이첸, 왕젠린은 ‘아트 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부호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중국 부호들의 예술품 투자 붐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시장이 대체투자처란 점이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침체를 보이면서 장기간 보유한 후 비싸게 팔 수 있는 예술품은 좋은 투기대상이다. 실제로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중국 남송(宋)시대 때의 접시가 2590만홍콩달러(약 33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접시는 1975년에 진행된 경매에서 2348달러(약 238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40년만에 가격이 1422배가 뛰었다.

더구나 예술품 투자는 재산을 해외로 유출하는 데 딱 좋은 아이템이다. 가격도 불분명하고 국경을 넘어다닐 때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CNN머니는 중국 부자들이 예술품 거래를 악용해 돈세탁을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중국의 독특한 문화전통, 최근에 불고 있는 애국주의 바람도 한 몫을 하고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상인계층은 부를 축적하고 나면 항상 문화권력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신분상승을 꾀했던 전통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 밖으로 빠져나간 미술품을 비싼 값을 주더라도 다시 찾아오겠다는 애국주의 열기도 뜨거워지면서 중국 부호들 사이에서 예술품 수집이 유행이 되고있는 것이다.

▶일본내 중국 골동품까지 싹쓸이=서화, 골동품 등 예술품들은 대부분 비공개로 거래되기 때문에 거래금액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않다. 그러나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유럽미술재단(TEFAF)의 ‘2013년 미술시장 국가별 거래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시장의 거래액은 약 16조원으로 전 세계 미술품 시장의 24%를 차지해 미국(38%)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미술품 경매의 경우 중국은 이미 2010년부터 거래량 1위에 올라섰다.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있지만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부유층은 더 부자가 되고있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이런 부유층들은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서화, 골동품 등을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 가져가면 예술품들이 더 비싸게 팔리는 현상이 일고있다.

이에따라 세계 각 지역에선 중국의 명품을 찾아내 중국으로 가져다 파는 것이 유행이 되고있다. 특히 중국 문화재들이 대량으로 숨어있는 일본의 경우 중국인 바이어들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도쿄의 한 골동품 상인은 “일본에 있는 중국 예술품들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이유는 중국에서 가격을 더 높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면서 “일본의 거품경제 때도 그랬던 것처럼 결국 예술품은 돈이 있는 곳에 모이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예술품 수집은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부동산과 주식 추락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갈수록 예술품을 수집하고자 하는 대상이 신흥부자와 중산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예술품 시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중국 부자들을 연구하는 후룬(胡潤)리포트에 따르면 중국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예술품은 ‘고대 서화’였고 다음으로는 ‘도자기’, ‘현대 예술작품’ 순이었다. 또 중국부자들의 60%가 직접구매를, 24%가 경매회사를 통해, 14%는 위탁대리를 통해 예술품을 각각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