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에 커다란 인수합병 건이 떠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많이 쓰는 스마트폰과 각종 네트워크 장비 안에 들어가는 통신칩을 만드는 기업 간의 합병이기 때문이다.
11월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1300억 달러(약 144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다 자세한 사항으로 브로드컴이 퀄컴 주식을 70달러에 인수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는데 이것은 11월 3일 뉴욕증시 종가 가격에 28%의 프리미엄을 더한 것이라고 보도했다.WSJ는 만일 퀄컴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1050억 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거래이며 퀄컴의 순 부채 250억 달러(약 27조8000억원)는 포함하지 않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즉 이번 인수에는 브로드컴이 퀄컴의 부채도 승계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일단 미국 현지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인텔과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 반도체 업체가 된다. 입수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증시에서 퀄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퀄컴 주식은 개장 전 거래에서 3.51% 상승한 63.98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현재 싱가폴에 본사를 둔 브로드컴은 와이파이, 블루투스 칩 기술에서 앞선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유무선 공유기와 스마트폰 와이파이 관련 칩 등에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퀄컴은 스마트폰 내부의 핵심연산장치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브로드컴은 본래 미국 기업이었지만 2016년 싱가포르의 아바고 테크놀로지가 370억 달러에 인수한 상태이다. 브로드컴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요청에 따라 미국으로의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업계에서는 과연 이번 인수가 제대로 성사될 지에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우선 이번 인수의 배경으로 퀄컴의 독과점 관련한 위기와 브로드컴의 미국컴백 의지가 결합한 결과로 해석한다.퀄컴은 모바일 AP에서 단단한 지위를 쌓아올렸고 특히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모뎀 기술에서 경쟁사보다 앞서 있는데 2016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30.7%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대 고객인 애플과 특허료 분쟁에 휘말렸으며 한국, 중국, 대만 정부로부터 불공정 거래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약 5조 원 규모 과징금과 피해 보상을 해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애플은 내년부터 아이폰에 퀄컴 대신 인텔과 대만 미디어테크의 칩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렇지만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게 되면 와이파이칩을 포함한 각종 칩과 기술에 있어 더욱 강한 협상력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애플을 포함한 삼성, LG 등 스마트폰 단말기 제조업체에 강한 압박이 되는 반면, 브로드컴은 큰 호재가 된다. 이번 인수에 긍정적인 시장반응은 성사를 위한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반면 업계에서는 실제 성사 가능성을 낮게 잡고 있다. 우선 이번 인수합병은 양사의 조율을 전혀 거치지 않은 브로드컴의 일방적 발표이다. 퀄컴은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에 대해 퀄컴 기업 가치가 1000억달러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에 인수 가격이 턱없이 싸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퀄컴은 브로드컴으로부터의 M&A 제안을 받았고, 이사회 재무, 법률 고문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안 평가는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회가 이 제안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이고, 그 전까진 공식적인 발표는 없다는 입장이다.이번 제안은 대주주와의 협의 없이 진행되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상호 합의와 정해진 절차를 지키며 우호적으로 추진하는 우호적 인수합병과 달리 적대적 인수합병은 주식을 인수하거나 우호적인 주주를 끌어들며 주주총회에서 위임장 대결을 펼치는 방식이다. 따라서 극적으로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일반 고객들이 이번 합병을 받아들일 것이란 확신이 없었다면 이번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합병안 통과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