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 ‘네모 그림자’展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저 전시장엔 이 두 사진이 섞여있지만, 둘을 구분해 내는 건 쉽지 않을겁니다. 불가능에 가깝죠”
이 땅에서 사진가로서 의무 복무가 끝났다는 작가 강운구(76)는 이제 스마트폰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자신이고안한 고무줄을 달아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는다. 의무는 끝났지만 재미는 끝나지 않았다. 한때 고지를 정복했던 자의 특권일까, 하산하는 거장의 ‘주워담음’에는 여유가 보인다.
사진작가 강운구의 개인전 ‘네모 그림자’가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2008년 ‘저녁에’전 이후 10년만의 신작 발표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자연을, 예술을 숭배하는지 보여준다.
‘네모 그림자’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세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프레임 안에 ‘네모’, ‘그림자’, 그리고 작가 자신이 있다.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때로는 ‘그림자’로 등장시키기도 한다. 몇가지 제약을 가지고 그 안에서 게임을 하듯 즐거이 담아냈다는 느낌이다. 7언절구, 5언절구 한시처럼 제약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뽐낸다.
장소는 전세계를 넘나든다. ‘내수 전용 사진가’에서도 자유로워졌다. 그가 담아온 풍경들은 네팔 포카라에서 히말라야의 일출을 찍는 사람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릭스미술관에서 렘브란트 대작 ‘야경’을 찍는 사람들, 스페인 포트부(Port Bou)에 위치한 발터 벤야민의 죽음을 기리는 파사쥬와 그곳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등 수년간 방황하며 찍은 사진들이지만 네모, 그림자, 자기자신이라는 요소는 빠지지 않는다.
이번전시 전체 출품작의 80%이상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됐다. 그러나 어느것이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혹은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것이고 어느 것이 스마트폰 카메라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계가 없다고 느껴진다. “그렇지는 않지요. 히팅업(준비)이 필요하기에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건 찍기 힘들고, 또 연사도 불가능하지요” 한계와 속성을 알기에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흑백과 컬러, 국내와 해외 풍경들을 동시에 다루면서 운문과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정과 서사가 공존한다.
강 작가는 “과거 스타일과의 결별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한 작품들과 동시에 과거에 연연하며 미적거리는 저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