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NAFTA 재협상, TPP탈퇴 선언 멕코産 자동차에 관세 20% 으름장 30년전에도 미국 보호무역주의 본색 日 업체에 수출량 제한하고 환율압박 日 업체들 미국 현지 생산 강화로 전환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미국의 지배에 의해 세계의 평화질서가 유지되는 상황. ‘팍스아메리카나’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아메리카퍼스트’를 천명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 있어 미국을 다시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갈수록 노골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자국 내 자동차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를 선언했고, 급기야 한ㆍ미FTA로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 제패 의지가 거세지면서 30년전 각종 수단으로 보호무역주의를 펼쳤던 미국이 또다시 ‘자동차판 팍스아메리카나’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日로 시작해 유럽이어 韓까지=1970년대 2차례에 거친 유가파동에 미국 자동차시장에서는 소형차 수요가 급증했다. 일본 업체들은 당시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소형차 공략에 성공했다. 일본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의 대미 수출량은 1970년 23만대에서 1979년 155만대로 불어났다. 특히 일본 승용차의 대미수출 비중은 1975년 38.6%에서 1980년 54%로 증가했다.
일본 자동차의 미국 수출 증가는 곧 미국 자국 기업의 내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1980년 GM, 포드, 크라이슬러 빅3의 점유율은 97%였지만, 6년 만에 90%로 내려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 자동차산업의 보호무역주의 본색이 드러났다. 미국 내에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규제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이에 1981년 수출자율규제협정이 체결됐다. 일본이 대미 승용차 대수를 1981년 이후 168만대 혹은 미국 시장의 22% 이상을 점유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규제한다는 취지였다. 1985년에는 미국이 플라자합의를 주도해 달러에 대비 엔화 절상에 따른 일본산 자동차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에 모자라 1980년대말에는 상승세를 타던 일본 고급차에 대해 100% 관세를 물기도 했다. 이 결과 일본 자동차 북미 수출 비중은 1990년 43.2%까지 떨어졌다.
30년전 미국의 자동차보호무역주의는 철저히 일본산 자동차의 대미수출 억제에 맞춰졌다. 자국 빅3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강수였던 셈이다. 대미 수출이 억제되자 일본 업체들은 투자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돌파했다.
1985년 일본의 미국 투자 금액은 54억달러였지만 1990년에는 261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달러화에 대한 엔저의 지속적인 절상과 미국의 직간접적인 보호무역주의 아래 일본 정부도 무역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기업의 대미투자를 장려했다”며 “일본 업체들이 미국 내 투자를 늘리자 유럽 업체들도 후속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역시 대미 수출량이 증가했던 현대차도 일본 업체들이 보호무역주의 공세를 받는 것을 보고 더욱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美의, 美에 의한, 美를 위한=30년전 정책이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었다면 지금은 자국 시장을 더욱 키워 중국에 내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자리를 되찾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타깃은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려는 모든 완성차 업체라고 볼 수 있다. 빅3 또한 예외일 수 없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미국 중심적으로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빅3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미국 내 투자를 재차 강조했다. 이미 이들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약속받은 뒤였다. 자국 기업 압박에 들어가자 도요타, 현대차 등도 줄줄이 미국 투자 강화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과거 미국 투자가 수출억제에 따른 유도(PULL) 효과로 나타났다면 지금은 트럼프 정부의 관철(PUSH)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트럼프 정부는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매겨, 연간 수십억 달러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지지율이 낮고, 정책에 반대여론도 높아 연임 가능성이 벌써부터 낮게 점쳐진다”며 “업체들이 5년 단위로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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