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국내 증시의 든든한 매수 주체로 작용해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계획했던 매입 주식 수를 넘어섰고, SK하이닉스도 현재 속도라면 당초 예정일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매입을 마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모두 종료되는 시점을 최근 코스피를 떠받쳐온 ‘기타법인’ 수급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6일까지 올해 8월 21일 공시한 자사주 매입 예정 물량 약 5329만주 가운데 5580만주를 사들였다. 주식 수 기준 체결률은 104.72%로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사실상 종료 수순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매입 금액 기준으로는 아직 소폭의 여력이 남아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투입하기로 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총 15조원으로, 현재까지 약 14조7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약 3000억원이 남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누적 매입액이 15조원에 이를 때까지 자사주 매입을 이어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 시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19일 공시한 2407만주의 자사주 가운데 6일까지 1885만주를 매입했다. 체결률은 78.31%다. 아직 약 522만주가 남아 있다.
최근과 비슷한 속도로 자사주를 사들인다고 가정하면 남은 물량은 약 7~8거래일이면 소진될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SK하이닉스가 제시한 자사주 매입 종료 시점은 11월 19일이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매입 일정이 약 한 달가량 앞당겨질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까지 자사주 매입을 끝내면 국내 증시 수급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거래소 투자자별 매매동향에서 통상 ‘기타법인’ 순매수로 잡힌다. 최근 기타법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이어온 배경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타법인의 순매수 규모는 약 1조원을 기록했다.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지난 한 달간인 9월 4일부터 10월 6일까지 일평균 순매수액 약 1조5800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모두 끝나면 증시 수급의 무게중심은 다시 개인·외국인·기관 등 기존 3대 투자주체로 옮겨갈 전망이다. 그간 기타법인이 대형 반도체주의 자사주 매입을 바탕으로 외국인이나 기관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지수 하단을 지탱했다면, 앞으로는 이 같은 ‘완충 역할’이 약해지는 것이다.
특히 최근 외국인 수급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 6일에도 개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7405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1조749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타법인이 1조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상당 부분 받아냈지만, 향후 자사주 매입이 종료되면 같은 규모의 매수세가 반복되기 어려울 수 있다. 외국인의 매매 방향이 이전보다 코스피 등락에 미치는 영향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은 국내 기업 실적뿐 아니라 미국 금리와 달러 가치 등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만큼 코스피 역시 매크로 환경의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안정적으로 유입되던 자사주 매입 수요가 줄어들수록 금리 상승이나 위험자산 회피 국면에서 외국인 매도가 발생했을 때 이를 받아줄 수 있는 수급 주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날 장세가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주가가 상승했지만 연휴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5.347%까지 치솟자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시장에서 1조7000억원 넘게 순매도했고, 코스피200 선물에서도 4550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모두 종료된 뒤에는 미국 국채 금리와 환율 등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동이 지수에 미치는 파급력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관의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기타법인의 대규모 순매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외국인이 매도 우위를 이어갈 경우 기관까지 동반 매도에 나서면 지수를 받쳐줄 주체가 사실상 개인만 남게 된다. 반대로 연기금 등 기관이 매수에 나설 경우 자사주 매입 종료에 따른 수급 공백을 일부 메울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타법인 순매수에서 대형 반도체주의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컸던 만큼 SK하이닉스까지 매입을 종료한 이후 수급 규모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그 시점부터는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여부가 지수 방향에 이전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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