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복 대표이사 인터뷰
반도체 신뢰성 평가 및 불량 분석 기업
맞춤형 HBM·SoCAMM·CXL로 검증 수요 확대
RF장비 해외 수출·우주 반도체 검증으로 성장축 확대
현대전자서 시작한 40년 신뢰성 평가 기술
시장 확장으로 내년 1000억 이상 매출 노린다
<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올해는 큐알티의 ‘두 번째 도약’을 위한 원년입니다. AI(인공지능)·RF(무선주파수)·우주·국방용 반도체 등 글로벌 고객의 요구에 맞춘 신뢰성 검증 장비의 매출을 본격화하고, 첨단 반도체 칩과 2.5D·3D 패키지, 유리기판 등을 아우르는 핵심 분석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겠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과 네트워크 기반을 강화할 것입니다.”
큐알티(QRT) 주식회사는 40년 이상의 경험과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반도체 신뢰성 평가 및 불량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도체를 고온·저온·습도·진동·방사선 등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켜 수명과 안정성을 확인하고, 문제가 생기면 투과전자현미경(TEM)과 엑스레이 등으로 원인을 찾아낸다. 쉽게 말해 반도체가 본격 양산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합격 도장’을 찍는 회사다.
이규복 큐알티 대표는 “반도체를 설계해 공정을 거쳐 제품이 나오면 ‘이걸 양산해도 되는가’를 검증해야 한다”며 “문제가 있으면 어디서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까지 분석하는 게 저희의 일”이라고 말했다.
1983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품질·신뢰성 평가 업무에서 시작해 이후 하이닉스반도체, SK하이이엔지를 거쳐 2014년 4월 분할돼 독립 법인이 된 큐알티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외 전자·정보기술 기업 2200여개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일회성 고객을 제외해도 실제 거래가 이어지는 고객이 약 1000여곳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BM 넘어 소캠·CXL로 메모리 다변화
AI 가속기 카드·서버 단위까지 검증
메모리 시장 확대도 큐알티에 기회
최근 AI의 발달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며 큐알티가 주력하는 신뢰성·종합분석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HBM은 여러 메모리를 수직 적층하는 구조인 만큼 접합부의 미세 결함이 성능과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큐알티는 이를 빠르게 찾아내는 분석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AI 가속기 업체와 빅테크가 원하는 사양에 맞춰 제품이 다양해질수록 신뢰성 평가도 제품별로 다시 이뤄져야 한다. 메모리 종류가 다양해지고, ASIC(맞춤형 반도체)이 증가하는 반도체 시장의 변화도 큐알티에게는 긍정적이다.
이 대표는 “주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맞춤형 HBM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신뢰성 분석 수요도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소할 소캠(SOCAMM)과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등 새로운 분야가 등장할수록 큐알티를 찾는 고객사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새로운 시장이다. 지금까지 칩이나 메모리 개별 제품을 검증했다면 앞으로는 AI 가속기 카드와 서버 단위로 검증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AI 서버 하나에도 데이터 카드가 4개, 8개씩 들어가는데 앞으로는 카드 전체를 통으로 테스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서버는 5년, 10년을 써야 하는데 특정 부품의 문제로 전체 수명이 줄어드는 상황까지 검증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곧 해당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소재로 주목받는 유리기판도 새로운 분석 영역이다. 유리기판은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내는 TGV(Through Glass Via) 공정을 거치는데, 레이저 가공 과정에서 미세 균열이 발생할 수 있고 이후 형성되는 금속층의 두께와 평탄도도 정밀하게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실제 유리기판 분석 의뢰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큐알티는 TEM 등을 활용해 TGV 주변의 미세 균열부터 코팅 두께와 평탄도 등을 분석하고 있다.
우주·항공·방산 분야로 퀀텀점프
신뢰성 평가장비 사업도 신성장동력
“RF 칩 신뢰성 평가장비 공급 임박”
큐알티가 시장 확대를 기대하는 또 다른 분야는 우주·항공·방산이다. 우주 환경에서는 강한 방사선으로 인해 반도체의 데이터 값이 순간적으로 바뀌거나 오작동하는 ‘소프트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 위성에 탑재되는 반도체가 지상에서 사용되는 제품보다 훨씬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 이유다.
이규복 대표는 “우주에서는 방사선이 반도체에 여러 가지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그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를 국내외 시험시설과 연계해 검증하고 있다”며 “저궤도~중궤도 위성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이미지센서, 신호처리 칩 등 서비스 품목도 다양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큐알티는 중이온과 중성자, 양성자 등 다양한 우주 방사선이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분석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시험시설뿐 아니라 해외 방사선 시험기관과 협력해 각종 평가를 진행한 뒤 결과를 종합해 제공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개별 반도체를 넘어 위성 시스템 자체를 검증하는 시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6G 시대에는 위성과의 통신이 기본 인프라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위성 발사 전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전반의 신뢰성을 검증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수십 년간 신뢰성 평가를 수행하면서 축적한 기술을 활용해 장비 사업도 키우고 있다. 낸드플래시 기반 저장장치(SSD)와 RF 반도체 등을 검사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자체 신뢰성 평가장비로 구현한 것이다. RF 신뢰성 평가장비는 유럽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수출이 시작됐으며 미국과 일본에서도 추가 고객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신뢰성 평가와 종합분석 서비스가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라면 장비 사업은 외형 성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새로운 축이다. 장비 한 대당 공급가격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만큼 판매가 본격화하면 실적 성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미 미국의 한 대형 팹리스 기업과 RF 칩 신뢰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RF 칩 신뢰성 평가장비 공급도 임박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에서 출발해 세계로
용인·우시·美 거점 확대
내년 매출 1000억원 목표
큐알티는 사업 영역 확대와 함께 고객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신뢰성 평가 조직을 모태로 한 만큼 과거 SK하이닉스 관련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사업과 고객 기반을 넓히면서 2024년부터 관련 매출 비중이 절반 아래로 내려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략 고객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이닉스가 3분의 1, 다른 고객들이 3분의 2 정도 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과 사업을 함께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에 신규 거점을 마련해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신규 팹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신뢰성 평가와 종합분석 물량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단순히 고객사의 시험 물량을 소화하는 공간을 넘어 팹리스와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함께 활용하고 협력할 수 있는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큐알티가 국내에서 맡고 있는 역할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반도체 신뢰성 평가부터 정밀 불량 분석까지 대규모로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 반도체 검증이 어려우면 기업들은 결국 해외 분석기관을 찾아 한참을 기다려 시험을 받아야 한다”며 “특히 개발 중인 제품과 분석 결과를 해외 기관에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기술 정보가 외부로 나갈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필요한 신뢰성 검증과 분석을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도 큐알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중국 우시와 미국 캘리포니아 거점을 교두보 삼아 글로벌 고객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우시에서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신뢰성 평가를 수행하는 랩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거점을 중심으로 AI·RF 등 첨단 반도체 기업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쌓은 40년의 검증 기술을 해외 고객으로 확장해 특정 고객이나 국내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실적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 큐알티 매출은 2014년 211억원에서 2021년 719억원까지 성장했다. 이후 반도체 업황 둔화 등의 영향으로 주춤했지만 2024년 653억원, 지난해 689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는 연간 매출 800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달성할 경우 기존 최대 실적인 2021년 719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 내년 목표는 매출 1000억원 이상이다. 기존 반도체 신뢰성 평가와 종합분석에 AI 서버와 우주·항공, 장비 등 새로운 사업을 더해 성장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기존 반도체 신뢰성·종합분석 서비스의 탄탄한 수요와 신사업까지 더해질 경우 내년에는 올해보다 20% 이상의 실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해외 고객사의 매출 비중을 전체의 3분의 2 수준까지 높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고속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