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지도자로서 능력 신뢰 잃어” 5000달러 지급·재난지원 발언 직격

MS나우 “싫어하는 발언 처벌” 폴리티코는 ‘AI軍 장악’ 구상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텍사스주(州) 댈러스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러 가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텍사스주(州) 댈러스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러 가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령으로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한 CNN과 MS나우, 폴리티코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일제히 비판의 날을 세웠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논란성 발언과 정책을 내놓으면서 지도자로서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CNN은 20일(현지시간) ‘지난 12일간 트럼프의 기이한 행적’이라는 제목의 홈페이지 머리기사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상황이 악화한 이유 중 가장 과소평가되는 것은 미국인들이 지도자로서 그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10일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씩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을 “분명히 대가성 거래”라고 비판했다. 실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등록 유권자의 66%가 이 같은 제안을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적절하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지난 16일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찾아 민주당 상원의원이 선출될 경우 재난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농담조로 위협한 데 대해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며 “전혀 재미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대선 유세에서 자신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나를 제거하기 위한 민주당의 음모”였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들과 교역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이것이 미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CNN은 “말이 되지 않는 논리”라고 꼬집었다.

워싱턴DC의 대표적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에 자신의 이름을 병기하려는 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CNN은 이를 “명백히 불법”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실현할 방법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고 전했다.

CNN은 “당이 권력을 계속 장악할 수 있을지가 걸려 있고 유권자들이 지도자로서 그의 안정성에 실질적인 의구심을 품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면 이런 행동들은 자제하고 싶어 할 것들”이라며 “하지만 트럼프는 기행의 수위를 높이며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출입 금지 조치 자체를 겨냥한 비판도 이어졌다. MS나우는 “언론을 제한하는 대통령들은 대개 안보나 공간 부족, 예절 문제 같은 다른 명분을 제시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명분마저 모두 벗어던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과 MS나우, 폴리티코 등이 “허구와 거짓말을 끊임없이 쓰거나 보도한다”는 점을 출입 금지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MS나우는 백악관이 어떤 기사가 거짓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단 한 건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싫어하는 발언을 처벌하기 위해 백악관 출입 권한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의 피해는 출입증을 빼앗긴 언론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계속 출입하는 언론사에도 대통령이 허용하는 보도의 ‘조건’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MS나우는 언론 자유 침해와 국민의 알권리 상실은 “압수된 기자 출입증보다 측정하기 어렵지만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입증을 압수당한 MS나우 기자는 별도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번 조치가 “언론 자유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언론이 국가의 통제를 받는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가”라고 반문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공지능(AI) 정책을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속도조절론을 ‘사기극’이라고 폄하하며 AI 문제를 총괄하는 ‘AI 차르’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민간 기관을 통해 AI를 규제하기보다는 국방부를 이용해 이를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AI가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 역시 생활비 부담 문제와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의 불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 공화당 의원은 폴리티코에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논란성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말을 아끼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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