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3년2개월 만에 금리 올려

한은도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

코픽스 상승세 멈췄지만 압력 여전

4억 대출땐 월상환액 300만원 육박

신규 실수요자는 대출한도 줄고

기존 차주는 이자 부담 더 가중

서울 도심 내 KB국민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 도심 내 KB국민은행을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통화정책이 다시 긴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빚 보유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실수요자는 물론 새로 집을 사려는 무주택자까지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로 주식에 투자한 ‘빚투족’의 부담도 한층 커지게 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3년2개월 만이다. 고유가와 물가 불안이 이어지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은 역시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올려 현재 연 3.00%까지 끌어올렸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인상에 찬성했다. 한은은 물가와 환율,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며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가장 큰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은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차주들이다.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연 3.18%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넉 달 연속 상승한 뒤 일단 숨을 고른 것이다.

하지만 차주들이 안심하기는 이르다. 8월 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코픽스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채권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높은 금리로 예·적금과 은행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시차를 두고 코픽스와 대출금리도 상승한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6%대인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내 7%대로 올라서고, 추가 긴축이 이어질 경우 8%에 근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동금리 차주는 금리 재산정 주기가 돌아오는 대로 높아진 금리를 적용받는다. 고정금리로 빌렸더라도 일정 기간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상품이라면 금리 재산정 시점에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서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모습. 임세준 기자
서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모습. 임세준 기자

대출금리가 연 4%에서 8%로 오르면 4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빌린 차주의 월 상환액은 약 191만원에서 294만원으로 늘어난다. 매달 103만원, 연간으로는 1200만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 생활비와 교육비 등 고정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다.

신규 주담대 수요자의 고민은 더 크다. 집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같은 소득으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대출이자가 높아질수록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원하는 금액을 빌리기 어려워진다.

결국 부족해진 대출 한도만큼 자기자본을 더 마련하거나 매입하려던 주택의 가격대를 낮춰야 한다. 전세보증금 반환이나 기존 주택 처분 일정이 맞지 않는 갈아타기 수요자도 자금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이미 계약금을 낸 실수요자는 대출 한도가 예상보다 줄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주담대뿐만이 아니다. 마이너스통장과 일반 신용대출은 주담대보다 금리 수준이 높고 시장금리 변동도 빠르게 반영된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잔액 1억원당 연간 이자 부담이 100만원 늘어난다. 원금을 수시로 갚지 않고 한도를 계속 사용한 마이너스통장 차주일수록 부담이 그대로 누적된다.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한 빚투족은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은 늘어나는 동시에 긴축 우려로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이 조정을 받을 경우 투자손실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수익률이 대출금리를 밑돌면 자산 가격이 오르더라도 실제 수익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픽스가 한 달 보합세를 보였다고 해서 대출금리 상승이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주담대 실수요자는 금리 유형과 재산정 주기를 확인하고 신규 차주는 금리가 1~2%포인트 더 오르는 상황까지 감안해 상환 가능 금액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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