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장기금리 동조화 현상 분석’ 보고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이 가장 크게 기여
위험보상 아닌 정책 기대감이 韓 금리 영향
“시장과 커뮤니케이션 통해 기대 관리해야”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미국 장기금리가 뛰면 한국 장기금리도 덩달아 오르는 ‘금리 동조화’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충격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대외 충격이 국내 금리로 전달되는 핵심 통로는 투자 위험에 대한 보상보다 ‘한국은행도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기준금리를 움직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였다.
이런 동조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내 정책금리가 미국을 기계적으로 따라갈 것이라는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형석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등은 20일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 현상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가 일별 금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2021년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 당시 한·미 장기금리의 공분산(covariance)이 급격히 상승했다. 공분산이 높아졌다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장기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훨씬 더 강하게 맞물려 움직였다는 의미다.
이 시기에는 한·미 장기금리의 변동성도 함께 급등했다. 글로벌 경제에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양국 금리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동조화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가우시언 동태적 기간구조 모형(GDTSM)’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나타났다.
미국 장기금리 자체의 충격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연준의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대표적이다.
주목할 점은 이런 대외 충격이 한국 장기금리에 전달되는 경로다. 분석 결과 위험을 감수한 투자자에게 추가로 제공하는 보상인 ‘기간프리미엄’보다 향후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쉽게 말해 글로벌 물가 충격이나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발생하면 시장에서 ‘한은도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되고, 이 같은 기대가 국내 장기금리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21년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이 없었다면 한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실제보다 최대 1.5%포인트 낮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물가 상승 충격이 국내 장기금리를 그만큼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반면 연준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없었다면 한국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최대 0.6%포인트 더 높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연준의 양적완화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장기금리까지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연준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시행할 때도 한·미 금리 동조화의 주된 경로는 정책 기대였다. 실제 연준의 주요 양적완화 발표일 전후로 한국의 장·단기 금리가 모두 하락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기간프리미엄보다 향후 정책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 변화에서 더 크게 비롯됐다.
보고서는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 자체는 글로벌 경제 충격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그 폭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대외 공통 충격이라는 점에서 동조화는 글로벌 여건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도 “대외 충격이 국내 장기금리로 파급되는 과정에서 국내 정책금리도 동조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 같은 기대를 적절히 관리한다면 한·미 장기금리 동조화 현상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kimsta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