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근로자 은퇴시점 백만장자 되는 비결은
장기투자의 정수 ‘미국 401K 퇴직연금’
TDF·ETF 적극 투자로 1분기 백만장자 64.5만명
퇴직연금의 핵심은 ‘수량 모으기’와 ‘폭락장 버티기’
헤럴드경제가 연금을 통해 자산을 키우는 실전 재테크 연재 ‘이·연·부(이왕 시작한다면 연금 부자로)’를 시작합니다. 연금이 노후를 위한 가장 든든한 자산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해도 제도와 운용 방식이 복잡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막연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이연부’는 ‘목표 세우기–불리기–인출 전략’으로 이어지는 체계적 연금 운용 전략을 제시합니다. 연금 부자로 가는 여정,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4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지난 달 미국 모 은행에서 30년간 일하고 퇴직한 사촌형 이 모 씨를 만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 씨가 직장 생활하며 운용했던 퇴직연금 잔액만 무려 130만달러(17억5000만원). 은퇴 시점에 백만장자가 된 것이다.
대박을 노리고 특정 종목에 투자한 것도 아니고 그저 타깃데이트펀드(TDF)와 미국 대표 지수인 S&P 500 지수펀드에 기계적으로 납입했을 뿐인데 어떻게 그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지 놀랍기만 했다.
반면 김 씨가 지난 10년간 운용해 온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고작 9%. 연 평균 1%도 채 되지 않는 수익률이다. 김 씨는 “입사할 때 회사에서 안내해 준 대로 서명만 해두고, 너무 바빠서 계좌를 들여다볼 엄두도 못 냈다”며 “괜히 건드렸다가 원금이라도 까먹으면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김 씨가 이 씨로부터 들은 ‘비법’은 바로 미국의 ‘401K 퇴직연금’. 이미 미국에서는 이 상품으로 1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번 이들을 일컫는 ‘401K 백만장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그 길로 은행 PB를 찾아 한국에서도 해당 상품처럼 자산을 굴릴 방법을 문의한 김 씨. PB의 답변은 명료했다. 방향을 제대로 정하고,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든 후 충분한 시간 동안 투자하면 가능하다는 것.
Q. 401K는 어떤 제도인가요
A.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법적 세제 혜택과 자동화된 장기 자산배분 시스템의 결합체’입니다. 미국 내국세입법(IRC)에 따라 민간사업장에서 종업원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대표적인 DC형 퇴직연금제도입니다.
401K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매칭 기여금 제도입니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급여의 일정 비율을 적립하면, 회사가 그에 일정 비율을 추가로 적립해 줍니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적립하는 금액(평균 7.7%)에 대해 일정 비율(평균4.3%)을 회사가 적립합니다.
가입자에게 즉각적인 60%에 가까운 투자 수익률 체감을 하게 함으로,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지속하게 하는 강력한 심리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적격디폴트옵션(QDIA)과 TDF의 자동 편입입니다. 과거 미국에서도 근로자들이 퇴직연금 운용 방법을 몰라 현금성 자산에 방치하는 문제가 똑같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의회는 2006년 연금보호법을 제정하고 QDIA을 도입했습니다.
미국 노동부(DOL)는 QDIA 승인 자산으로 TDF(타깃데이트펀드), 밸런스드펀드 등 장기 성과를 낼 수 있는 실적배당형 자산만 승인했습니다.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QDIA 자격을 아예 박탈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 401K 신규 가입자 자금의 90% 이상이 TDF로 자동 투입되는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Secure Act 2.0’ DC형 퇴직연금의 자동가입이 세 번째 특징입니다. 2023년부터 401K 등 DC형 퇴직연금을 신규로 운영하는 사업장의 종업원이 2025년부터 자동으로 가입자가 되는 제도 입니다. 401K 등 DC형 퇴직연금의 최초 기여금이 종업원 임금의 3~10%까지 사업주의 기여금이 자동 증액될 수 있고, 그 이후 매년 1%씩 상향 조정되는 제도입니다. 상한은 최대 15%입니다.
Q. 미국 내 401K 백만장자는 얼마나 되나요?
A. 미국의 피델리티에 따르면 401K로 10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형성한 ‘401K 백만장자’ 수는 올 1분기말 64만5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 분기 대비 3%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6%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401(k) 연금 백만장자(401k Millionaire)’ 현상은 단순히 미국의 일부 운 좋은 개인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 금융 시장과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낸 시스템의 승리입니다. 반면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현실을 보면, 고객님처럼 전체 가입자의 80% 이상이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에 계좌를 그대로 묶어두고 계십니다.
정부의 ‘2025년 퇴직연금 및 연금저축 투자 백서’에 따르면 2025년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 501조4000억원 중 75.4%가 연 1~2%대 수익률에 불과한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잠자고 있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실적배당형 비중은 24.6에 불과하죠.
이 수치들이 말해주는 진실은 아주 명확합니다. 퇴직연금 자산을 정기예금에 방치하는 것은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물가상승률과 자산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매년 실질 구매력을 깎아먹는 확실한 손실’을 보고 계셨던 것입니다.
Q. 한국도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있는데 왜 운용자들은 좀처럼 미국 401K만큼의 수익률과 자산 증식 효과를 내지 못하는 걸까요?
A. 핵심을 찌르는 질문입니다. 디폴트옵션 제도는 가입자가 사전에 수동으로 지정해야 하는 구조인 데다, 안정형포트폴리오에 원리금보장형 정기예금이 선택지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금 손실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디폴트옵션마저 원리금보장형으로 지정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결과 2025년 말 기준 디폴트옵션 적립금 53조3000억원 중 85.4%가 연 2.6%대 예금에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한국 연금이 미국의 401K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던 구조적 원인입니다.
Q. 정기예금을 깨서 TDF나 미국 주식형 ETF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날까 봐 솔직히 너무 두렵습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 연금 계좌를 어떻게 관리하고 견뎌야 하나요?
A. 모든 투자자들이 겪는 공포죠. 하지만 장기 연금 자산관리에서 변동성을 이겨내고 오히려 수익으로 전환시키는 가장 강력한 비밀 무기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수량 모으기’죠. 일반 주식 투자는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거나 타이밍을 맞춰 비싸게 파는 것이 핵심이죠. 하지만 장기 연금 투자는 자산 모으기가 중요합니다. 펀드와 ETF는 수량 단위로 거래됩니다. 매일 매일의 기준가와 주가는 요동치지만, 내가 사 모은 수량은 그대로 쌓입니다.
예컨대 매달 월급에서 50만원에 달하는 ETF를 기계적으로 자동 적립 매수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주가 상승기에는 기준가가 높아지므로, 같은 50만원이더라도 살 수 있는 수량은 줄어듭니다. 반면 하락기에는 평소보다 2~3배는 많이 살 수 있죠. 일반 투자자에게 주가 하락은 ‘손실의 공포’이지만, 매달 적립식으로 자금을 넣는 연금 가입자에게 하락장은 우량 자산의 좌수를 헐값에 대량으로 모을 수 있는 축복의 기회가 됩니다.
시간이 흘러 시장이 회복되고 다시 상승 국면에 진입할 때, 과거 하락장에서 헐값에 모아두었던 대량의 ETF에 상승률이 곱해지면서 평가 금액이 폭발적으로 불어납니다. 401K로 백만장자가 된 비결도 결국 폭락장이 올 때마다 사 모았기 때문입니다.
Q. 미국 401K처럼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위험의 본질은 손실 그 자체가 아니라, 거대한 손실이 사람을 그릇된 결정으로 밀어 넣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30년을 운용하는 연금 자산에 필요한 것은 최고 수익률이 아닌 ‘무너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미국의 401K와 완벽하게 똑같이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이 30대라면 3단계 좌수 모으기 실행 방안을 제안합니다.
현재 정기예금에 100% 방치된 기존 적립금 중 70%를 은퇴 시점인 2050년에 맞춘 TDF(TDF2050)에 배분합니다. 은퇴까지 20년 이상 남아 있으므로 초기 주식 비중이 높은 TDF 2050을 통해 자산 수량(좌수)을 안정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습니다. 나머지 30%는 ETF S&P 500나 나스닥 100 추종 펀드·ETF 등 미국 대표 지수 추종 상품에 투자합니다.
이후 기존에 설정되어 있던 안정형 포트폴리오 대신, 우수한 TDF 등 펀드로 구성된 ‘중립투자형’ 또는 ‘적극투자형 디폴트옵션’으로 재지정합니다. 만에 하나 바쁜 일정으로 운용 지시를 내리지 못하더라도 자금이투자 자산으로 자동 투입되어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매달 입금되는 퇴직연금 부담금의 ‘자동 적립 매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매달 또는 매년 입금해 주는 DC 퇴직연금 적립금과, 이용자가 IRP 계좌에 개인적으로 세액공제를 위해 추가 납입하는 자금에 대해 자동 매수 운용 지시를 등록합니다. 매달 입금되는 돈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기계적으로 TDF 2050과 미국 지수 ETF를 사 모으도록 설정해 두는 것입니다.
미국 401K에 가입한 평범한 직장인이 천재적인 투자에 성공해 노후에 백만장자가 된 게 아닙니다. 퇴직연금 틀 안에서, TDF와 인덱스 펀드라는 우수한 자산배분 시스템에 계좌를 올려두고, 단기 변동성과 폭락장의 공포에 흔들리지 않으며 기계적으로 자산의 수량을 모아온 장기 투자의 결과였습니다. 지금 바로 나의 퇴직연금(DC/IRP)을 열어보고, 원리금보장형 예금에 잠자고 있는 자산을 깨워 ‘TDF 및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서상혁 기자/한유진 우리은행 차장]
hy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