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면주가의 ‘전통술 미식 클래스’

막걸리 발효과정, 사계 변화로 빗대

쌀 찌지 않고 발효하는 ‘생쌀발효법’

아스파탐 등 인공첨가물 넣지 않아

‘느린마을양조장’ 양재점에서 열린 배상면주가 ‘전통술 미식 클래스’ 행사에서 4계절의 맛을 담은 막걸리가 각 잔에 담겨 있다. 육성연 기자
‘느린마을양조장’ 양재점에서 열린 배상면주가 ‘전통술 미식 클래스’ 행사에서 4계절의 맛을 담은 막걸리가 각 잔에 담겨 있다. 육성연 기자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 변화처럼 자연의 시간에 따라 생막걸리의 맛도 달라집니다. 취향에 맞는 막걸리를 찾아보세요.”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느린마을양조장’ 양재점에서는 배상면주가의 ‘전통술 미식 클래스’ 행사가 열렸다. 업체는 ‘사계(四季)’라는 핵심 콘셉트부터 배상면주가만의 제조 비결을 전했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국순당 설립자 고(故) 배상면 회장 차남이 만든 배상면주가의 막걸리 브랜드다. 배상면주가는 ‘느린마을양조장’ 요리주점도 함께 운영한다. 현재 35개 매장이 있다.

장윤석 배상면주가 마케팅 부서장은 “생막걸리는 효모가 살아있어 계속 알코올 발효를 한다”며 “이 발효의 흐름을 숙성 일수로 나눠 ‘봄(1~6일)·여름(7~11일)·가을(12~18일)·겨울(19일 이후)’ 계절로 구분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병입 후 숙성 일수에 따라 향미가 달라지는데, 겨울로 넘어간 막걸리는 첫날보다 단맛과 탄산감이 줄어드는 대신, 신맛·씁쓸함 등이 더 느껴진다”고 부연했다.

숙성 일수에 따라 제품에 각각의 계절 이름을 붙인 점은 흥미로웠다.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스토리 마케팅 전략이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때는 취향에 따라 사계절로 구분된 막걸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포장지 QR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매장에서 한 상품의 QR코드를 연결한 후 제조 일자를 표기하자, 사계절 중 ‘봄’에 해당하는 막걸리 특성이 화면에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 사계를 선택하는 성향도 달랐다. 배상면주가 온라인몰인 홈술닷컴이 2024~2025년 느린마을 막걸리 구매를 분석한 결과, 여성은 달콤하면서 마시기 편한 ‘봄(39.8%)’ 제품을, 남성은 발효가 무르익은 ‘가을(36.2%)’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느린마을양조장’ 양재점의 작은 양조 시설 공간. 매일 신선한 생막걸리를 직접 빚어 판매한다. 육성연 기자
‘느린마을양조장’ 양재점의 작은 양조 시설 공간. 매일 신선한 생막걸리를 직접 빚어 판매한다. 육성연 기자

나이별 차이도 나타났다. 20대에서 50대까지는 ‘봄’ 선택이 많았지만, 60대는 ‘가을’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실제 맛본 ‘봄’ 막걸리는 갓 시작된 발효로 단맛이 강하고 부드러웠다. 달콤하면서 가벼운 봄 향기가 떠올려졌다. ‘여름’ 막걸리는 청량한 탄산이 살아있었다. ‘가을’의 맛은 잘 익어가는 가을 수확과 어울렸다. 마지막 ‘겨울’의 씁쓸한 맛은 차갑고 묵직한 겨울 감성이 느껴졌다.

타 주류와도 비교 시음했다. 우선 색감은 타 업체 막걸리보다 진한 우윳빛이었다. 맛 역시 쌀가루 풍미가 진했다. 제조 과정에서 쌀 함량을 더 늘렸기 때문이다. 이는 인공감미료 없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과실 향과 단맛을 충분히 살리기 위함이다. 배상면주가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이나 산화방지제 등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쌀, 누룩, 물로만 만든다.

맛의 차이를 만드는 또 다른 비결은 ‘생쌀 발효법’이다. 장 부서장은 “일반적으로 술을 빚을 때는 쌀을 찐 후 누룩과 섞지만, 배상면주가는 이 과정을 생략한다”며 “생쌀 상태로 가루 내어 바로 발효시킨다”고 했다.

쌀을 찌지 않고도 발효가 가능한 비결은 배상면 회장이 개발한 누룩에 있다. 배 회장은 옛 문헌을 고증해 1982년 ‘생쌀발효법에 의한 전통술 제조특허’를 취득했다. 장 부서장은 “이 누룩은 생쌀의 전분까지 분해할 수 있는 강력한 아밀레이스 효소를 포함하고 있어, 밥을 짓지 않고도 발효된다”고 설명했다.

전통술을 제대로 즐기는 6가지 단계도 소개했다. 먼저 눈으로 술을 보고 향을 맡은 다음, 입안에서 혀 전체로 굴리면서 맛을 본다. 목 넘김을 느끼고, 잔향도 맡는다. 이어 마지막에 전해지는 뒷맛까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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