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 변동성 확대…기업 실적 불확실성 고조

두 달 전 1500원대서 현재 1300원대

달러 절하에 원화 환산 수익성 직격탄

해외IB, 3분기 전망 삼성 10%·하이닉스 3% 하향

노무라證 “원화 10% 상승시 영업익 12% 하락”

완성차도 비상, 환율 100원 하락시 3.3조원 타격

환율 주시하며 내년 사업 계획 재점검

지난 7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용 반도체를 항공기에 탑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 7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용 반도체를 항공기에 탑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1500원을 넘나들던 원·달러 환율이 불과 두 달 새 1340원대로 급락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의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100원 움직일 때마다 영업이익이 조 단위로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하반기 기업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1500원을 훌쩍 넘어섰던 환율은 이달 초 장중 1330원대까지 추락한 뒤 다시 1380원대로 올라서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환율이 1300원대 중반으로 급락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제품은 달러로 팔지만 상당수 비용은 원화로 지출하는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업종 특성상 환율 하락이 실적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해외 생산이나 환헤지 비중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줄어드는 기업도 있을 정도로 민감도가 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업종이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판매대금 대부분을 달러로 받는 반면 인건비 등 상당수 비용은 원화로 지출한다. 환율이 내려가면 같은 양의 반도체를 같은 달러 가격에 팔더라도 원화로 환산했을 때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최근 원화 강세 등을 반영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10%, 3% 하향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기존 115조5000억원에서 104조1000억원으로 11조4000억원, SK하이닉스는 76조7000억원에서 74조원으로 2조7000억원 낮아졌다. 두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종전보다 합산 14조1000억원 줄어든 셈이다.

연간 전망치의 감소폭은 더 크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394조8000억원에서 366조7000억원으로 7.1% 낮아졌고, SK하이닉스도 261조1000억원에서 254조2000억원으로 2.64% 하향됐다. 두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감소분을 합치면 약 35조원에 달한다.

노무라증권 또한 최근 원화 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단기적으로 약 12%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비용 가운데 약 20%가 원화로 발생하는 구조를 근거로 들었다.

원화 강세를 반영해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종전 86조원에서 77조원으로 9조원 낮췄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107조원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부담은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으로 상쇄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가 자체 분석한 환율 민감도 역시 상당하다. 회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외화자산·부채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약 4조75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완성차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할 경우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1조9000억원, 기아는 약 1조4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두 회사를 합치면 환율 100원 하락으로 약 3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움직이는 셈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각각 약 1%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플레이도 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수출 비용이 높아 원화 강세가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신증권은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4360억원에서 3253억원으로 약 25% 낮췄다. 원·달러 평균 환율이 지난 15일 기준 2분기보다 4.6%, 6월 말보다 12.7% 하락하면서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와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IT 기기 수요 둔화도 겹쳤다.

연간 실적 눈높이도 내려갔다. 대신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8880억원에서 6710억원으로 24.5% 낮췄다. 내년 전망치 역시 1조1840억원에서 1조580억원으로 10.7% 하향했다. 환율 하락과 ‘칩플레이션’이 동시에 수익성을 누르는 모습이다.

물론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에 일방적인 악재만은 아니다.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구매하는 원재료와 부품, 생산장비의 원화 환산 가격도 함께 내려가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와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주요 수출기업은 달러로 벌어들이는 매출 규모가 외화로 지출하는 비용보다 큰 경우가 많아 비용 절감 효과보다 매출·영업이익 감소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3분기보다 4분기가 더 걱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상 현재보다 원화값 상승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의 조기 대응을 통해서 (원화가) 추가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재계는 환율 변동 속도도 주목하고 있다. 단기간에 수백원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세울 때 적용한 환율 가정 자체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환율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국내외 투자와 각종 비용 집행 계획을 살펴보는 등 올해와 내년 사업 계획을 재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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